우리들의 이야기

일본, 자전거 공짜로 받아도 문제다!

가자 세계로 2010. 6. 1. 10:20

아는 사람이 일본에서 싱가폴로 떠나면서 자전거를 물려 받았다.

이로써 우리집 자전거는 2대.
둘 다 새로 산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물려받은 것이다.

일본에서 자전거는 생활 필수품. 장을 보러 가거나 가까운 거리는 자전거로 주파한다. 아이들을 어린이집을 데려다 주거나 이동할 때도 쓰인다. 주부에게는 필수.

공교롭게도 두 자전거 다 와이프 친구를 통해 받은 것이다.

일본에서 자전거는 보통 방범등록을 한다. 자전거 가게에서 500엔을 내면 경시청에 등록이 가능하다. 등록을 하면 자전거에 방범등록 스티커를 붙여준다.


- 방범등록 스티커

밤에 운동하러 돌아다니면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을 불심검문 하는 경찰을 흔히 볼 수 있는데, 경찰은 이런 방범 등록번호를 통해 자전거 도난 여부를 가려낸다.

그래서, 자기가 산 자전거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받은 자전거를 타고 다니다가 불심검문에 걸리면 방범 등록한 원주인 이름을 말해야된다. 만약 원주인 이름을 제대로 말하지 못하면 도난 자전거로 의심 받기 쉽상이다. 

2년 전에 받는 첫번째 자전거는 조금 낡은 것이어서 그냥 썼지만, 이번에 새로 받은 자전거는 산 지 1년 밖에 안되고 좋은 것이라서 새로 방범등록을 하기로 했다.

문제는 아내가 기존에 붙어 있던 방범 등록 스티커를 떼어버린 뒤 방범등록을 하려고 하면서 부터다.

자전거가게는 보통 방범등록 스티커가 없는 자전거는 새로 등록해주기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자전거를 훔친 사람이 남의 방범등록 스티커를 떼어버리고 그 위에 자신이 새로 등록한 번호로 바꾸면 감쪽 같이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아내는 결국 정식으로 친구를 통해 자전거를 물려받았다는 증명을 해야했다.

일단 가장 가까운 경찰서로 자전거를 가지고 가서, 훔친 게 아니라는 증명을 하기로 했다. 그런데 경찰서에서도 방범등록 번호가 없다 보니 원주인 이름을 물어본 뒤 그 이름으로 방범 등록과 별개로 자전거 제품번호를 찾아냈다. 그러나, 이것은 경찰서 내부 자료이므로 따로 출력을 해줄 수 없다고 해서, 이러 이러한 형식으로 원주인에게 위임장을 받으라는 조언을 해줬다.

결국, 원주인에게 위임장을 받음과 동시에 자전거를 최초로 산 곳에 가서 등록시 제출한 서류도 찾아달라고 부탁했다.

만약, 방범등록 스티커를 떼어내지 않았더라면 간단하게 원주인으로부터 위임장만 받으면 해결될 일이었다.

우여곡절 꿑에 아내는 위임장, 최초로 산 곳에서 받은 증명서류와 함께 집 근처의 자전거가게에 자전거를 끌고 가서 새로 자기 이름으로 방범등록을 마쳤다.


- 위임장/ 나 이..는 차체번호 S.. 자전거 한 대를 친구 ...에게 양도합니다.

물론, 이렇게 복잡한 절차를 거치지 않으려면 방범등록을 따로 하지 않고 그냥 원주인 자전거를 쓰면 된다. 그러나 굳이 이번에 새로 방범등록을 한 이유는 분실되었을 경우를 위해서였다. 자전거가 분실되거나 도난 당하면 방범등록한 사람 명의로 조회를 하게 되는데 이번에 물려받은 주인은 싱가폴로 떠나버려서 이제 일본에 살고 있지도 않을 뿐더러 주소도 사라지기 때문에 나중에 연락을 취할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이번, 자전거 방범등록 스티커 건을 통해 일본의 자전거 관리가 그리 허술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예전에 늘 가지고 있었던 의문!

'저 스티커 떼어버리고 새로 아무 자전거 가게 가서 방범등록을 하면 안되나?'

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오산이었다. 자전거 가게가 우선 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자전거 가게도 정확하게 넘겨받았다는 서류 없이 함부로 방범등록해줬다가는 영업정지를 먹는다고 한다.


- 일본 자전거 가게

일본에서 길거리에 흔히 자전거를 어딘가에 묶어두고 않고 자전거 바퀴에만 열쇠를 걸어두는 것도 이런 제도 때문이다.

그런데...

얼마 전 들른 지인 집에 있는 고급자전거를 보고 왜 집에 두냐고 물어보니..
 
"훔쳐가니까요."

일본에서도 방범등록과 상관 없이 정말 비싼 자전거는 집 안에 들여놓는다.
역시 세상 어디 가나 뛰는 도둑 위에 나는 도둑 있는 셈이다.

 

(출처:당그니의일본표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