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타면서 결국 우려하던 일이 일어났다.
결론적으로는 잘 해결이 되었지만, 다른 사람에게 자전거를 받아서 탈 때는 반드시 그 원주인의 이름을 외우고 있어야한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지난주 토요일 새벽 김연아가 쇼트 프로그램에서 압도적인 점수로 1위를 한 날, 나는 새벽 3시에 자전거를 타고 어딘가 가고 있었다.
심야에는 거리에 사람들도 별로 없어서 자전거를 빠르게 몰기 마련이다. 그것도 잠시 경찰이 잠시 불러세웠다. 검문이었다.
내가 일본에 살면서 자전거 검문을 당하는 것은 이번이 세번째.
첫번째는 원래 내 자전거여서 별 문제가 없었고, 두번째는 그냥 어디가는 거냐고 묻고 그냥 보내주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심야라서 그런지 자전거 방범 등록 번호가 제대로 맞는 조회를 해봐야겠다고 했다.
경찰관은 우선 내 이름을 물었다.
김이라고 했더니, 잠시 자전거를 조회해보겠다고 한다.
그런데 이 자전거는 치바에 살때 와이프가 자기 친구에게 받은 것이었다. 당연히 나는 와이프 친구를 누구누구 엄마라고만 알고 있지, 이름은 모른다. 일단 경찰에게 이 자전거는 와이프 친구에게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랬더니 그 사람 이름이 뭔줄 아냐고 다시 물었다.
뭐 태도는 상냥했다.
아무튼 나는 토요일 새벽 심야에 집에서 자고 있는 와이프에게 전화를 걸어서 자전거 주인이었던 친구 이름을 물을 수 밖에 없었다. 새벽이다 보니 전화연결이 잘 안되었다.
일단 이 시점에서 조회를 하는 동안 특별히 도난이 된 자전거가 아니라면 우선 별 문제는 없다. 그러나 나는 이것을 누군가에게 받았는지 정확하게 이름을 댈 필요가 있었다.
와이프랑 겨우 연락이 닿아, 원래 자전거 주인이 '신'씨라는 것을 알아냈다. 그런데 또 와이프가 혹시 그 친구의 남편 이름으로 되어 있을 지 모르니 '김'씨라고도 이야기 해보라고 했다.(사실 이렇게 우왕좌왕하면 좀 안좋다 -_-;;)
경찰에게 신씨에게 받은 게 확실한데 남편 이름인 김으로 되어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 5분 정도 조회를 하는 동안, 일본에 몇년 살았냐, 일본어 잘하네 어쩌네, 경어로 이야기를 주고 받았지만, 내 자전거가 아닌 이상 긴장이 되는 건 사실이었다.
경찰이 조회 결과 도난된 자전거도 아니고 방범등록 되어 있는 원주인 이름이 '신'씨이니 앞으로 기억을 해두라고 충고를 했다.
나는 알았다고 짧게 대답한 뒤 갈길을 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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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문을 한 경찰은 두 사람이었는데 한사람은 자연스럽게 여러가지 질문을 유도하고 또 한 사람은 방범등록 번호를 조회한다. 둘 중에 한 사람은 바쁜 와중에 붙잡아서 미안하다고 이야기를 했는데, 중간 중간에 어디를 가냐, 집은 어디냐, 일이 뭐냐 이런 것을 물어보면서 여러가지 정보를 파악하려고 했다.
예전에 걸렸을 때는 간단했던 거 같은데, 이렇게 많이 이것저것 물어봤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질문이 많은 이유는 경찰이 전화로 연락해서 조회해서 결과가 나오는데 시간이 조금 걸리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야기라도 해야 서로 덜 뻘쭘한 거다.
재미난 것은 심야에 내가 검문을 받고 있으니까 멀리서 오던 다른 자전거 운전자가 인도를 피해 차도로 길을 변경해서 경찰 검문을 피해가기도 했다.
아무튼 검문을 끝내고 내가 든 생각은 두가지. 하나는 일본에서 다른 사람에게 자전거를 사거나 받게 되면 반드시 원래 방범등록을 했을 때 등록한 사람 이름을 외워둬야한다는 것이다.(사실 외우려고 했으나, 설마 검문당하겠어 라고 그동안 안일하게 생각했다)
또 하나는 심야에도 일본 경찰이 자전거 도둑 잡는데 열심이구나 하는 점이었다.
그럭저럭 일본 생활 9년간 3번 검문을 걸렸는데 많은 건 아니지만, 일본에서 자전거 생활을 하게 되면 언젠가는 한번 경찰과 만나는 일이 있다는 것이겠다.
세번 중 두번은 낮이었고, 이번은 심야였으니 시간대 또한 관계가 없다는 거.
ps. 같은 회사의 박철현 기자는 만나는 일본경찰마다 반말을 해서 열받는 적이 많았다고 한다.;;; 다음은 그 기사 일본경찰들, 제발 반말 좀 쓰지 맙시다 (상황은 나랑 똑같이 심야, 다른 사람으로부터 받은 자전거를 타고 있었다.)
(출처 : 당그니의일본표류기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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