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이야기

블로그로 돈 벌 수 있다? -파워블로거 수수료에 대해 단상

가자 세계로 2011. 11. 17. 09:27

(출처 : 당그니의일본표류기 중에서...)

 

* 당그니님의 글입니다.

 

 

파워블로거 공동구매 수수료 문제로 떠들썩하다.

이번에 가장 많은 수수료를 받았다고 알려진 M씨와는 2007년 해럴드경제가 주관한 파워블로거 4인 공동 인터뷰때 만난 적이 있다. 그러니까 벌써 4년 전이다. 그때에도 다른 블로그보다 요리블로그는 방문객이 많았고, 블로그에 소개했던 내용을 묶은 책도 훨씬 잘 팔리고 있었다. 그때 요리쪽 블로그가 돈이 좀 되는구나 생각을 했지만, 나와는 거리가 먼 영역이었다.

그 당시 1인미디어라고 해서 블로그가 한참 뜰 시기였고, 포털 사이트 다음에서는 '블로거뉴스'라는 타이틀로 서비스를 하고 있었는데, 포털 메인에 뜨면 일일 블로그 방문자가 10-30만명 하던 시절이었다. 사람이 모이면 그에 따른 기회도 생긴다.

그때 블로그를 하는 사람의 주된 관심은 온통 구글 애드센스였다. 방문자가 많을 수록 구글 광고를 클릭할 확률이 높아졌으니까. 사실 한국에서 블로그 열풍이 분 것은 어느 시점부터 언론에서 대대적으로 보도한 탓이었다. 신문사에서는 블로그를 하면 저자도 될 수 있고, 돈도 월급쟁이 못지 않게 벌 수 있다고 홍보해대기 시작했고, 작정하고 블로거들을 인터뷰해서 시리즈로 싣기도 했다.

여기에 불을 붙인 것이 구글 광고였는데, 구글은 한때 반짝 비싼 클릭 단가를 지불하다가 2008년부터 광고 단가를 1/10로 줄여버렸다. 그러자 구글 수익은 형편없이 떨어져 버렸고, 수익형 블로그를 꿈꾸던 사람들은 슬그머니 생업으로 돌아갔다.

그때 또 하나의 솔깃한 제안은 블로그에 회사상품을 리뷰나 블로그에 쓰고 수수료를 받는 것이었다. 그러나 어떻게 보면 신뢰를 갉아먹는 일이자, 자신의 전문분야와 상관없는 글을 쓴다는 것은 아주 귀찮은 일이라서 본인 또한 초기에 참여하다가 그만두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블로거들내에서 권고기준을 만들고 어떤 제품이나 상품을 소개할 때는 블로그 하단에 이 글은 어디서 협찬을 받았다고 적시하게 됐지만, 2008년이 지나면서 이것도 그만뒀다.

아무튼, 회사 상품을 받아서 글을 올리거나, 리뷰를 개인의 입장에서 써 주거나 하는 것은 기성언론사도 기사처럼 교묘하게 올리는 광고기사와 비슷한 것이나 정작 중요한 것은 그렇게 품을 팔아봤자 수익이 별로 안 된다는 점이다.

구글 광고나 상품 리뷰 따위를 제외하면, 블로그를 해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길은 블로그에 썼던 글을 모아서 책을 낸 뒤 인세를 받거나, 유명해진 인지도를 활용해 강연 같은 것을 다니는 길 밖에 없다. 그러나, 책이라는 것이 낸다고 다 많이 팔린다는 보장도 없을 뿐 더러, 책 계약금만으로 생활하기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블로그를 해서 안정적인 생활을 유지하긴 힘들다. 그럼 남는 건? 전업블로거가 되지 못할 바에야 서른 넘어서 자기 생업에 몰두하는 게 맞다. 그리고, 시간 날 때 블로그를 취미로 하면 된다.

그러나 이번에 알려진 바와 같이 요리블로거는 사정이 달랐다. 공동구매라는 강력한 수익모델이 요리 블로그에는 있었다.(요리 뿐이겠느냐만은). 그리고 지난 여름 베비로즈 사건이 터졌다. 그때, 한국에 계시는 아버지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관할 세무서에서 나랑 연락을 하고 싶다는 거였다. 아마 나도 파워블로거 세무조사 어쩌고 명단에 들어가 있었나 보다. 그때 한국의 관할 세무서에 전화를 걸어 담당 조사관과 이야기를 했는데, 담당 조사관은 날 애타게 찾았다고 한다. -_-;

아마 내 블로그, 그리고 카페를 상당히 면밀히 조사를 했던 것 같다. 그리고 나서 수익이 있는 만큼 사업자등록을 하라는 들었는데, 한국에서 번 수익은 대부분이 인세로 원천징수가 되고 카페 내에서는 공동구매를 하고 있지 않으며 그 외 사항에 대해서 명확하게 밝힘으로써 조사는 일단락됐다. 한국에 없는 나한테까지 연락이 온 걸 보니 광범위하게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과유불급이라고 했던가. 지나친 것은 모자란 것보다 못하다는 말인데, 공동구매를 통해 받는 수익이 수억원에 달하면서(사실 그만큼 공동구매 진행을 많이 했기 때문이겠지만), 당사자들은 블로그를 통한 경제행위를 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것이 책을 쓰거나 강연을 하는 것과는 비교가 안되는 가장 유력한 돈벌이가 되었으니까.

어젯밤에 기사에 나온 해당 블로그에 가서 댓글 및 방명록을 읽어보니 사람들이 속았다는 것과 그렇게 해서 번 연간 수수료가 웬만한 회사 임원 수익보다 많다는 사실에 분노하고 있었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해당 블로거들이 너무 심했다는 생각이 들고, 공구 수수료가 봉급생활자 이상의 규모가 된 이후부터는 블로그와 선을 긋고 사업자등록을 해서 공식적으로 사업을 한다고 밝혔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못해서 곪아 터진 것이고. 이참에 언론이 (왜 남의 밥그릇을 뺐냐는 심정으로) 개인 블로그를 신나게 두드리고 있다. 더 이상 블로그에서 공동구매는 불가능해질 것이다. 그리고 예전과 다르게 블로그에 대한 시선도 곱지 않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요리 블로그 사태는 수익모델로서의 블로그의 종말을 화려하게 알리는 파티가 아니었나 싶다.

블로그도 엄연히 1인 메체라 할 때, 수익모델이 사라진 매체가 지속될 수 있을까? 글쎄. 취미로 하는 사람을 제외하고, 시간이 남아도는 사람이거나, 글쓰기를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이 자신이 발표한 글을 모아두는 것이 아니라면 매체로 지속되기 힘들 것이다. 그 동안 몇차례 팀블로그가 해체되는 과정을 보면서 느낀 점이다.

어차피 난 최근에 트위터나 페이스북이 블로그가 가진 속성을 대체해가면서 블로그도 점차 흘러간 옛노래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라디오, 티브이,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거쳐 안착한 블로그가 남아는 있겠지만, 예전처럼 주목할 일은 없을 것이다. 당연한 일이기도 하고.

이와 별개로 블로그 초창기에 알고 지내던 사람들이 2010년을 전후해 떠났고, 한때 만난 적이 있던 사람이 이번에 크게 뉴스화되면서 느끼는 씁쓸함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출처:당그니의일본표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