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이야기

이란인이 일본에서 초밥집을 하는 이유?

가자 세계로 2010. 11. 13. 00:48



일본에서 가장 빨리 저렴하게 초밥을 먹을 수 있는 곳은 회전초밥집이다.
주말만 되면 가벼운 주머니 사정을 감안해 가족 등 회전초밥집은 많은 사람들이 초밥집 중 하나다.

그러나, 이런 회전초밥로는 초밥의 참맛을 알기 어렵다. 괜찮은 가게도 있지만 어떤 가게는 샤리(초밥 중에 밥 부분)가 젓가락으로 집었을 때 서로 떨어진다거나, 아니면 네타(회 부분)가 신선하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어서 먹고 나면 배는 부르지만 무슨 맛인지 모르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 친한 이탈리아 친구가 불러서 간 초밥집은 달랐다. 도쿄 신바시의 상점가 한 구석에 있는 이 집은 겉보기에는 평범해보이지만, 나오는 회 하나 하나가 신선하면서도 부드러웠고, 소금에 절인 회를 얹어 초밥의 참맛을 느끼게 해줬다.

이곳은 회전초밥집은 아니기 때문에 요리사가 직접 그 자리에서 회를 떠서 내주고, 초밥을 말아준다.

이 초밥집은 보통 코스가 있는데,이런 코스로 음식이 나왔다.

1. 회가 차례대로 몇점씩 접시 위에 나온다.
2. 회가 끝나면 연어 구이가 조개탕과 함꼐 나온다
3. 여러가지 초밥을 그 자리에서 말아서 도마위에 내준다.
4. 손님 요구사항이 있으면 추가로 만들어 준다.




먼저 회가 나오고, 연어구이가 나오고 그 후 초밥을 만들어 준다.



(이날 먹은 것: 연어알. 광어. 참치, 장어, 그외 생선 및 가리비. 문어. 연어구이.조개탕.무 간것 셋트.대합조개(はまぐり),초밥, 마구로 등 테마키즈시 외)

이곳 메인 초밥 요리사인 고이즈미 씨는 34년간 초밥 한길을 걸어온 사람으로 일본에서 두번째로 가장 오래된 초밥집(구단시타 소재)을 책임지고 있는 스시 장인의 제자다.

그는 초밥을 만들어주는 내내 초밥은 냉장고가 없어도 식초와 소금만 있으면 만들 수 있다고 강조한다.

원래 옛날 일본에서 만들어먹던 초밥은 오래 보존하기 위해 소금에 잘 절여뒀다. 그는 이 가게에서 내놓은 생선에 소금의 깊은 맛을 느끼기 위해 모든 회 재료를 소금에 절인 뒤 3일간 식초에 담아둔다고 한다.

해외에서 냉장고가 없이 초밥을 만들 때 필요한 것이 있다면 약간 단 맛을 내기 위해 꿀이 필요하다고 덧붙이기도 한다.

직접 맛을 보면 초밥이 부드러우면서도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

그는 이렇게 강조한다.

"60년대부터 메이지 시대 전의 일본 초밥은 사라졌다. 단순히 생선을 샤리에 올려놓는다고 초밥이 되는 건 아니다."

그는 식사를 끝내고 돌아가기 전에 참치 등을 해체할 때 쓰는 칼을 보여줬다.

기리츠케보쵸(切り付け包丁)라고 하는 이 칼은 가격이 하나당 17-8만엔 한다고 하는데, 칼 하나에 200만원이나 되는 셈이다. 이런 칼 중에서 가장 딱딱한 것은 '카리우스 엑스'라 하고, 가장 비싼 것은 '타마하가네 미즈하키'라고 해서 30만엔 정도 한다고 한다.




- 기리츠케보쵸(사시미칼 -_-)

- 실제로 어느정도 크기로 잘려진 회 덩어리를 샤리(초밥)에 얹을 수 있는 크기로 자르는 것이 이 칼로 함



그런데 이 초밥집을 운영하는 사람은 일본인이 아닌 이란인이다.

이란인? 일본에서?

이란사람 마소디씨는 나와 같이 간 이탈리아 친구 비토씨가 아이를 인터내셔널 유치원에서 보내면서 학부형으로 만난 사이인데, 일본・두바이간 무역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마소디씨는 재력이 어느 정도 있는 사람이긴 하지만, 그래도 왜 일본에서 스시집을 운영하고 있는지가 궁금했다.

이유를 물어보니 그 비결은 도쿄 최대의 어시장 츠키지에서 있었다. 그는 거래관계로 츠키지에는 아는 일본인들이 많았는데 생선을 도매하는 그 사람들이 생선 회 재료부터 가게 설계, 요리사까지 모두 도와줄테니 초밥집을 해보라고 권했다고 한다. 그렇게 시작한지 1년. 아내가 일본인인 것도 컸을 것이다. 런던에서 아내를 만난 그는 월 두 번은 가족과 이곳에 들러서 초밥을 먹는다고 한다.

물론, 그가 직접 초밥을 만드는 것은 아니고 관리만 한다. 가게에는 샹하이 출신 1년 수련생이 일을 베우고 있다. 여러가지 이야기 꽃을 피우는 가운데 한 무리의 샐러리맨들이 들어왔다. 초밥을 만드는 고이즈미 씨의 손이 더욱 바빠졌다.



고이즈미 씨에게 물어봤다. 도쿄 시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에도마에 초밥'의 정의가 뭐냐고?

"간단하게 말하면, 이곳 신바시를 포함해 현재 황궁(구 에도성) 앞은 바다였습니다. 그 앞바다(에도마에)에서 잡은 생선으로 만든 초밥을 뜻합니다."

궁금한 것은 무엇이든 답해주고 설명해주는 고이즈미 요리사가 마음에 들었다.

이란사람인 마소디 씨는 경영만 하고 나머지는 전부 고이즈미 요리사에게 일임을 해서가 아닐까. 고이즈미 씨의 말에는 초밥만으로 34년을 살아온 자신감이 배어 있었다. 약간 예산이 들지만(5천엔 정도에 연회코스) 맛있는 초밥을 드시고 싶은 분들은 한 번 들러보시길!

http://r.gnavi.co.jp/e887700/


- 에도마에스시, 이랏샤이마세(어서오세요!) 아라시 스시!







 

(출처:당그니의일본표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