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우익차량 퍼레이드 보신 적 있나요?

일본에서 도로가 시끄러운 것은 딱 두가지입니다.

선거철. 그리고 우익차량
(가끔 열외로 그리스도의 사랑을 외치는 차량도 있음, 어쩌다)

지난 일요일은 하루 종일 밖이 시끄러웠습니다. 저는 왠 장사차량이 이렇게 많이 돌아다니나 했는데 역시나! 街宣右翼(가이센우익)들이었습니다. 

이 집단은, 가두선전을 천황제를 수호하자, 북방영토를 되찾아라, 야스쿠니를 참배하라 라고 외치면서 돌아다니는 우익단체 회원들입니다. 8.15만 되면 시끄럽게 떠듭니다. 일본 경시청이 1999년 조사한 바에 따르면, 가이센 우익은 약 900단체로 1만명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일요일에 본 것은 그동안 한 두대 돌아다니던 그런 게 아니라 지금까지 보지 못한 우익차량이 총출동했습니다. 마치 디즈니랜드의 퍼레이드처럼요.

제가 본 것만 최소 3-40대는 되니까 아마도 50대가 넘는 차량이 출동한 것 같습니다. 우선 사진으로 한 번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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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뜩이나 좁은 일본 도로에서 한 차선을 완전히 장악하고 지나가고 있습니다





우익차량이 줄지어 있다 보니, 일반차량은 옆으로 끼지도 못하고 그냥 천천히 기어갑니다.

이들 차량의 핵심은 차량 위에 다 확성기를 달아두었다는 것이죠.

이날 등장한 우익차량 한 대씩 살펴보면서 이들의 주장이 뭔지를 따져보겠습니다.




의우동지회. 욱일승천기와 일장기를 달았습니다.



국가는 기미가요. 국풍숙! 기미가요는 국가니 제대로 부르라는...





지프형 우익차량. 국체보지(国体保持) 이 국체보존이라는 결국 천황제를 보존하자는 것으로 2차세계대전 당시 포츠담 선언후 무조건 항복을 요구한 연합국에 대해 천황제만은 온존하게 해달라고 하다가 결국 원폭 투하라는 참극을 불러옵니다. 국체는 곧 천황제입니다.



지혼숙. 그런데 타이틀이 '환경감시'네요;;;; 확성기도 없는 것을 보니 평소에는 환경차량으로 일하다가 이날 갑자기 동원됐나 보군요 ㅎ.



사쿠라(벚꽃). 확 피었다가 확 지는 벚꽃의 생리를 우익이 교묘하게 이용한다는 일본인친구의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甦れ大和魂 재생하라,대화혼.(야마토다마시이). 욱일승천기와 함께 노골적으로 군국주의여 부활을 외치고 있습니다.



전공련. 이건 잘 모르겠습니다.^^


패트롤카도 제지를 하지 않고 경찰서로 들어갑니다. 그 이유는 나중에 설명하겠습니다.


앰플런스를 닮은 차. 존황애국심. 천황을 존경하고 애국심을 가져라!


이것도 가쿠수이국방연합. 잃어버린 영토를 탈환하라! 러시아에게 빼앗긴 북방영토를 되찾으라는 주장.


여기 차량 앞에 붙은 문양, 국화(菊花)는 천황가를 상징합니다.


대일본의심회. 평화국가실현. 존황!


신무건국정신선양(神武建國精神宣揚)

우국과 함께 국화문양을 앞에 달았습니다.



공산당 격퇴! 저 노랑,파랑,빨강,검정 깃발은 뭘까요.


만 満 이건 만주를 회복하자는 이야기인지...


전일교조분쇄(일본 교직원 노동조합을 분쇄하자) 유신단행! 경우회



守　魂 혼을 지키자.  신주대일본 영원불멸. 신의 나라 대일본은 영원히 불멸한다는....



파란색 제복을 입고 지프차량에 앉아서 다니는 대원도 있습니다.
이 파란색 제복을 입은 사람은 8월 15일날 반드시 야스쿠니 신사로 참배하러 옵니다.



무슨 영구차 같기도 하고, 소방차 같기도 하고...그러나, 우익차량


이건 좀 급조된 느낌이 납니다.


급기야 버스도 등장!
국토화심회



국방체제 확립. 유신 단행! 대화민족 동맹(?)


그런데 신호는 잘 지킵니다.



북방영토 탈환. 이날 주로 확성기에 대고 외친게 이 북방영토를 어서 탈환하라는 주장이었습니다.


일본의 고유를 지킨다.


그리고 마지막 경찰차.

네 그렇습니다.
이 행렬은 열 맨 앞에도 경찰차가 맨 뒷열에도 경찰차가 따라다니며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고 있었습니다만, 그외 특별히 제지는 하지 않았습니다.

이날 우익 주장의 핵심은 러시아에게 빼앗긴 북방영토를 다시 찾자는 것입니다.
한 두 시간은 신주쿠 일대를 돌아다니면서 떠들었던 것 같습니다.

우익차량의 특징을 한 번 복습해볼까요.

1. 대체적으로 검은색, 아니면 하얀색이다. 가끔 파란색 별종으로 등장
2. 확성기를 위에 달고 있다.
3. 버스도 있다.
4. 욱일승천기와 일장기는 필수
5. 천황제 보존, 북방영토 탈환, 기미가요 엄수, 대화혼을 지키자 등을 주장
6. 쪽수로 모이면 상당한데, 편도 2차선이 대부분인 일본에서 이것들이 모이면 교통체증을 유발한다.
7. 군가를 틀고, 여러가지 주장을 하지만, 일반인들에게는 그저 시끄러울 뿐이다.

그렇게 이날 하루가 졌습니다.

(출처:당그니의일본표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