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국가’라는 것은 공권력이라는 것에 의해 유지된다. 겉으로 드러날 때가 많지는 않지만 공권력이란 가장 근원적인 한 국가의 뼈대인 셈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일본의 공권력이라고 할 수 있는 경찰 조직의 면면을 살펴보는 것은 일본 사회를 이해하는데 있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2회에 걸쳐 일본 경찰 조직과 코방에 대해서 집중 살펴본다. / 편집자 주.
“경찰관 아저씨, 자전거 공기 좀 넣어주세요?”
코방(交番)은 일본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일본의 경시청 조직의 하나이다. 우리나라의 ‘파출소’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지만 실제 하는 역할과 시스템에는 조금 다른 면이 있다.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하나 들자면, 일본인이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바퀴에 공기가 별로 없자 코방으로 향했고 코방의 경찰관들은 자전거용 펌프를 가져와 열심히 공기를 넣어주었다는 이야기다.성심 성의껏 자전거의 공기를 넣어주는 경찰관 -.
혹자는 차비가 없으면 코방으로 가면 된다는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사실일까. 만약 한국에서 공기 빠진 자전거를 들고 파출소에 가면 어떻게 될까. 그리고 ‘차비 좀 빌려주세요’라고 한다면 또 어떤 반응이 나올 것인가.
“이 음식점 위치는 아시나요?”
원래 코방은 코방쇼(交番所)의 약칭이다. 하지만 지금은 거의 대부분의 일본인들이 간단히 줄여 ‘코방’이라고 부른다.
한국의 파출소와 다른 점은 그곳에 근무하는 사람들의 부류다. 물론 코방에는 당연히 일본의 경찰관들이 상주하고 있다. 하지만 또 하나의 부류가 있으니 그들은 바로 ‘코방 상담원’들이다. 이들은 대부분 전직 경찰관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도쿄 내에서 근무하는 코방 상담원은 1,200명 정도이다.
하지만 코방 상담원은 본래의 경찰 업무를 수행하지 못한다. 그러니까 불심검문이나 범인의 체포는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여기에서 코방이 한국의 파출소와 다른 점을 알 수 있다. 그것은 바로 코방 자체가 ‘대민 봉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코방의 업무는 이렇듯 대민 봉사를 통한 주민들의 편리 도모, 교통 정리, 주변 지역의 치안 유지, 그리고 긴급 출동과 범인 체포 등 다양한 경찰의 업무를 겸하고 있다.
사진출처 : http://blog.goo.ne.jp/1951usagi/e/c541bfdb2a643c0869329a14b6395d53
일반 시민들이 코방을 가장 많이 이용하는 용도는 ‘길 안내’이다. 음식점의 위치를 물어봐도 일본 경찰과 코방 상담원들은 친절히 알려준다. 번지나 빌딩 이름도 알려주는데, 규모가 비교적 큰 코방의 경우 외벽에다 아예 큰 지도를 붙여놓은 경우도 있다. 이 밖에 분실물 신고, 또는 ‘난처한 일에 대한 상담’도 해주고 있다고 한다.
“야, 넌 또냐. 일루 와라. 감옥 가자.”
코방에 가면 차비를 빌려준다는 이야기는 사실일까. 일본에서 발생한 한 사건을 보면 이 부분도 설명이 가능할 것이다. 이른바 ‘코방 전철비 사기 미수범 체포 사건’.
2XXX 년 3월 9일 금요일 오후 4시 30분. 한 남성은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코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역 근처에서 지갑을 잃어버렸다. 전철비를 빌려줄 수 있겠냐’는 부탁을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이미 여러 지역의 코방에서 이러한 방법으로 돈을 빌린 후 갚지를 않았다고 한다. 그는 그 자리에서 ‘사기 미수죄’로 체포되고 말았다.
이 사건은 역설적으로 코방에서 전철비를 빌릴 수 있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반증해주고 있다. 물론 전철비를 빌려주는 것이 코방의 의무 사항은 아니다. 하지만 일부 경찰관들은 사비로 곤란에 처한 시민들에게 돈을 빌려주고 있다는 이야기다. 물론 최근에는 이러한 ‘전철비 사기 사건’이 자주 발생해 경찰관들도 돈을 빌려주길 꺼리는 경향이 있지만 친절한 경찰관이라면 아직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다. --------- [下편에서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