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러리맨들에게 점심식사는 늘 골칫거리다. 나른한 오후 햇살을 맞으며 회사 밖으로 나온 이들은 또 늘 그렇게 ‘나른한’ 대화들을 한다.
“오늘은 또 뭘 먹냐? “
“아무 거나 먹지 뭐.”
“그러니까 아무 거나 뭐?”
“글쎄… 뭘 먹나?”
샐러리맨들에게 점심 시간은 피곤한 회사 생활에서의 휴식시간이자 맛있는 식도락의 시간이기도 하지만 그에 앞서 선택을 둘러싼 실랑이와 고민들이 있게 마련인 것이다.
오늘은 일본인들의 점심 식사 형태에 대해서 알아보자. 외식을 하거나 회사 내에서 도시락으로 식사를 해결하는 행태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다. 또한 도시락을 싸오는 비율에 있어서 여성이 많다는 것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하지만 일본 특유의 도시락 문화, 그리고 이동판매 차량에서 식사를 구매하는 것, 때로는 외식을 하더라도 서서 먹는 것 등이 한국과는 다른 문화적인 차이라고 할 수 있겠다.
회사 밖으로 나가 외식을 하는 경우부터 살펴보자.
일본에서의 ‘런치 타임’이라고 하면 보통 11시 30분에서 2시 30분을 말하는 경우가 많다. 음식의 취향이야 천차 만별이겠지만 샐러리맨들이 가장 전형적으로 먹는 것은 세가지로 나뉘어진다.
-. 소바 (そば · 메밀국수)
-. 규동 (牛丼 · 소고기 덮밥)
-. 정식
우선 소바를 살펴보자. 일부 소바 집에는 앉는 의자가 없다. 키가 높은 카운터에 그저 서서 후루룩, 후루룩 소바를 먹곤한다. 한국 같으면 ‘상놈들이나 서서 먹지…어떻게!’라며 기겁을 할지도 모르지만 일본인들에게는 보편적인 문화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일본인들은 서서 먹는 것일까. 이는 여러 가지 이유가 종합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우선 일본 샐러리맨들은 점심 시간을 최대한 아끼려고 한다. 빨리 회사로 돌아가서 또다시 일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는 것이다. 여기에 업소의 면적 자체가 크지 않기 때문에 테이블을 놓기 힘들다는 점, 그리고 업소 주인의 입장에서는 테이블 회전율을 높이려는 의지도 가세 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성질 급한 민족이라 하더라도 식사만큼은 좀 넉넉하게 먹고 싶어하는 한국의 샐러리맨들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 아닐 수 없다.
규동 역시 ‘스피드’라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할 수 있다. 소고기 덮밥으로 유명한 <요시노야>의 경우 기본 컨셉이 ‘빠르다, 맛있다, 싸다’라는 것이다. ‘맛있다, 싸다, 빠르다’가 아닌 것을 보면 어지간히 스피드를 강조하는 듯 하다.
실제로 테이블에 앉아 ‘여기 소고기 덮밥요!’하면 30초 내에 음식이 나와버린다.
정식은 한국으로 하면 ‘백반’ 정도라고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밥과 미소시루, 생선과 몇가지 야채들이 밑반찬을 이루고 있다.
정식 가게 역시 그리 크지 않은 규모여서 합석을 하면서 먹는 경우도 많다. 낯선 이와의 식사라니. 물론 한국에서도 인기 많고 복잡한 식당에서는 이런 식의 식사를 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이를 꺼려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대기업 외식 체인 정식 가게가 많이 생김으로써 이런 풍경도 많이 줄어들고 있다. 대체로 카운터 석도 많이 있고 규모도 정통 가게보다 넓기 때문에 다소 넉넉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밥을 먹을 수 있다.
이번에는 밖으로 나가지 않고 회사 내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경우를 살펴보자. 한국에선 사내에서 먹는다고 하면 구내 식당을 이용하거나 혹은 직접 집에서 도시락을 싸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일본의 경우 집에서 도시락을 싸오는 경우도 있지만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구매하는 경우도 있다.
일본의 인상 깊은 문화 중의 하나인 도시락 문화가 위력을 발휘하는 시간이 다름 아닌 점심시간이기도 하다. 편의점에는 도시락을 사려는 샐러리맨들로 즐비하다. 종류도 다양하고 맛도 각양 각색이기 때문에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한끼를 때울 수 있다.
간단히 도시락의 내용물을 살펴보자. 첫번째 사진의 왼쪽위로부터 시계방향으로 달걀 후라이, 흰 생선 튀김, 어묵, 감자 샐러드, 채소 절임, 코로케, 스파게티가 있으며 간장도 함께 동봉되어 있다. 두번째는 김밥과 초밥이다.
최근 일본에서는 ‘점심 이동 판매점’이 많이 생기고 있다. 웨건이나 화물겸용 승용차 내에 주방시설을 갖추고 음식을 만들어 판매하거나, 혹은 이미 조리된 음식을 보온기에 넣어 가져와 팔기도 한다. 판매하는 음식으로는 오므라이스, 막 구운 빵, 카레라이스, 도시락, 커피 등 역시 빠르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것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동 판매점의 장점이라면 고객이 무언가를 사기 위해 가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고객을 찾아 온다는 점이다. 대부분 오피스 거리나 큰 빌딩 앞에 주차해서 음식을 팔고 있기 때문에 이동의 수고를 줄일 수 있다.
집에서 도식락을 싸오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독신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딱히 도시락을 싸주는 사람도 없고, 직접 본인이 도시락을 싸오는 건 귀찮은 일이기 때문이다.
결혼한 사람들은 아내에게 도시락을 부탁해볼 수도 있겠지만 그 역시 전업주부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추세에서 여의치 않은 형편이라고 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일본의 점심 식사는 ‘스피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볼 수 있다. 서서 먹는 메밀국수는 물론이고 주문하면 30초에 나오는 소고기 덮밥도 그렇다. 이동시간을 줄여주기 위해 회사 앞까지 찾아오는 이동 판매점은 또 어떤가. 어떤 점에서는 도시락 이라는 것 자체도 간편하고 빠르게 식사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아침, 점심, 저녁 식사는 허기진 배를 채운다는 점에는 공통적이지만 점심 식사는 여타 식사와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그것은 바로 점심이 ‘회사에 있는 시간 동안의 식사’라는 점이다. 바로 이것이 점심 식사가 ‘스피드’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일(仕事 ·しごと)이라는 것에 대해 생명처럼 소중히 여기는 그들에게는 여유롭고 한가로운 점심 식사가 필요하기 보다는 빠르게 식사를 해결하고 다시 일터로 돌아가는 것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다음편에서는 일본의 저녁 식사를 살펴볼 것이다.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저녁 식사는 퇴근 후의 식사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회사의 어떤 면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다. 과연 그것은 무엇일까. 다음편을 기대해 달라.
(출처:인니폰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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