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이야기

도요타 '끝없는 추락' 신화는 끝났다

가자 세계로 2010. 2. 7. 11:35

도요타 '끝없는 추락' 신화는 끝났다
시가총액 2조엔 감소, 프리우스도 결함... 일본정부는 도요타 편?
 
박철현 기자
도요타 신화가 끝났다.
 
일본 자동차 업계의 프론트 리더라 불려왔던 도요타 자동차가 북미에서의 대규모 리콜 소동에 이어 유럽에서도 리콜이 시작될 전망이다.
 
또한 일본 국내에서도 09년 메가히트를 기록한 하이브리드카 신형 프리우스의 브레이크가 듣지 않는다는 클레임이 77건(도요타 자체 발표)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마이니치신문>(2월 4일자)에 따르면 미국에서도 프리우스의 브레이크 이상을 지적하는 클레임이 2월 3일 현재 100건 이상으로 나왔다고 한다.
 
특히 신형 프리우스의 브레이크 오작동 문제는 리콜 대상 차종의 주요 결함으로 지적되어 온 가속페달 결함과는 차원이 다른, 근본적인 기술적 결함이 아니냐는 지적이 많아 도요타의 안전성을 의심하는 소비자들은 앞으로도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주가도 급락하고 있다. 지난 달 21일 도요타 미주 법인이 230만대의 리콜을 발표했고, 26일에는 리콜 대상차종의 생산 및 판매 자체를 중지하겠다고 선언하는 바람에 시가총액 2조엔의 손실을 봤다. 미국발 리콜 폭풍은 일본주식시장도 흔들어 놨다.
 
작년 11월 25일 도요타가 426만대에 이르는 리콜 대상 차종의 가속페달을 무상교환하겠다는 발표가 나오자 3300엔대로 하락했던 도요타 주가(도쿄증권거래소)는 2010년 1월 중순까지 4200엔대로 올라 09년 8월 수준을 회복했었다.
 
하지만 21일과 26일에 터져나온 리콜 재개 발표, 그리고 미 하원에서 도요타 문제에 대한 공청회가 열린다는 뉴스가 전해지자 도요타 주가는 급격하게 떨어져, 2월 4일 15:00 현재 3280엔까지 하락했다.
 
도요타 미주법인의 짐 렌츠 사장은 26일 생산/판매 중지를 선언하면서 미 도요타 공식 홈페이지에 "생산중단이라는 결단도 소비자를 위해서다. 안심하고 탈 수 있는 안전한 도요타를 위해 뼈를 깍는 노력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2월 1일부터 북미 5개 현지공장이 가동을 중지했다. <마이니치신문>은 "눈 앞의 이익보다 안전대책을 우선하겠다는 방침"이라고 설명했지만 상황은 보다 심각하다. 
 
▲ 문제가 터지고 있어도 절대 표면에 나서지 않는 도요타 자동차의 도요타 아키오 사장     ©이승열/JPNews
 
가장 큰 문제는 안전을 강조해 온 도요타 자동차의 이미지 실추다. 사실 도요타의 리콜 대응은 조삼모사를 거듭해 왔다.
 
가속페달 문제가 본격적으로 대두된 07년 3월, 도요타 픽업트럭의 엑셀레이터가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클레임이 제기됐지만 이 때 도요타는 "안전면에서의 지장은 없다"고 리콜을 거부했다.
 
그러나 09년 8월 28일 미 캘리포니아주에서 렉서스 차종이 갑자기 폭주, 4인가족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상황은 반전된다. 이 때도 도요타는 "엑셀레이터(가속) 페달이 바닥에 설치된 플로어매트에 걸리는 바람에 생긴 사고"라고 주장했다.
 
도요타는 10월 5일,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상 8개 차종에 대한 플로어매트 무상교환을 실시하겠다고  미 도로교통안전국(NHTSA)에 보고했다. 즉,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가속페달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 도요타의 입장이었다.
 
하지만 10월 하순 NHTSA는 플로어매트 문제가 아니라 가속페달 자체 문제의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도요타는 이 지적을 받은 후 11월 25일, 비로소 8개 차종 426만대의 가속페달을 무상으로 교환하는 리콜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위 사례에서 보듯이 도요타는 NHTSA의 지적이 없었다면 이번 리콜을 플로어매트 교환으로 끝내려 했다. '안심하고 탈 수 있는 안전한 차'를 캐치프레이즈 삼아 지난 11년간 매월 10만대 이상씩 팔아치워 온 도요타의 대응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들 정도다.
 
미 하원 공청회도, 특히 이 부분에 대한 추궁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10월 하순에 이미 NHTSA가 가속페달 문제를 지적했음에도 불구하고 왜 한달이나 늦게 시정조치를 발표했냐는 것이다. 딴 것도 아닌, 인명과 결부된 사안에 대해 대응조치를 미적거린 도요타의 기업체질은 비판받아 마땅하다는 것이 미 하원의 입장이다.
 
일찌기 '도요타의 어둠'(トヨタの闇, 비즈니스 사, 2007)을 통해 도요타 자동차의 기업체질을 비판해 온 논픽션 작가 하야시 마사아키 씨는 <제이피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올 것이 왔을 뿐"이라고 말한다.
 
"이번에 도요타의 몇 개 차종에서 발견된 페달 결함은, 도요타의 기업체질로 봐서는 시간의 문제였을 뿐이지 한번은 터질 수 밖에 없는 것이었다. 자동차는 인명과 직결되므로 제품의 품질은 물론이거니와 그것을 만드는 메이커의 기업체질도 중요하다.

 
하지만 도요타는 너무나 비인간적인 기업이다. 몇 개 차종이 문제니 마니 하는 선이 아니라 이번 기회에 도요타 및 그 하청업체에서 일하는 종업원들이 얼마나 고통받고 있는지 그 실체가 완전히 밝혀져야 하지 않을까 한다."(하야시 마사아키)
 
하야시 씨는 이런 도요타의 기업체질을 쉬쉬 해 온 것이 일본의 거대 언론이라고 고발한다. 사실 '도요타의 어둠'을 보면 07년 1월에 도요타 차종의 가속페달 오작동 문제가 언급된다. 
 
그는 "이때 충분히 리콜이 실시될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요미우리, 아사히, 마이니치의 3대 언론은 물론 니혼게이자이, 산케이도 보도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이번 리콜 역시 미국쪽이 아니라 일본에서 일어났다면 쉬쉬하고 넘어갔을 가능성이 크다고, 하야시 씨는 덧붙인다.  
 
설상가상으로 하이브리드카 프리우스의 결함마저 발견됐다. 도요타의 사사키 신이치 부사장은 3일 마에하라 국토교통성 장관과 면담에서 "도요타 자체조사 결과 77건의 브레이크 오작동 클레임이 있었다"고 밝혔다.
 
월 스트리트 저널과 디트로이트 뉴스에 의하면 미 정부는 2월 2일 라후드 교통국 장관이 "(가속페달 리콜만으로) 문제가 전부 해결된 것은 아니다"라며 "미 정부 차원에서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다.
 
이미 도요타는 가속페달 문제로 하원 공청회에 회부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미 정부가 다시 조사를 실시한다면 도요타의 신뢰는 걷잡을 수 없이 추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도요타를 외면하는 미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북미 판매영업소에 도요타를 타고 온 손님이 영업소에 자신의 차키를 건네주면서 "당신네들 차는 안 탈테니 알아서 해"라고 그냥 놔두고 갈 정도라고 한다. 이런 라이벌의 위기를 호재로 여긴 제너럴 모터스는 판매영업소에 공공연하게 "도요타의 고객들은 죽음의 공포에 대비하셔야 합니다"라는 현수막을 내거는 등 네거티브 영업을 전개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하지만 이런 전략이 기가 막히게 맞아 떨어졌다. 1월 도요타 미국시장 판매대수는 9만 8796대에 그쳤다. 11년 연속으로 유지해 왔던 월 10만대 판매신화가 깨진 것이다. 점유율도 6%에 그쳐 제너럴 모터스, 포드 등에 선두자리를 내 줬다. 지금 가장 잘 팔리고 있는 신형 프리우스의 브레이크 문제마저 거론된다면 이 상황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디트로이트 뉴스는 신형 프리우스의 오작동에 대해 "가솔린(유압) 브레이크와 전기(회생) 브레이크 두 가지 방식이 채택됐다. 브레이크를 밟으면 이 두가지 브레이크가 협조작용을 일으켜 자연스러운 감각으로 제어하게끔 된다. 이 제어를 담당하는 컴퓨터 시스템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한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가속페달 리콜사태보다 신형 프리우스의 브레이크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고 지적한다. 브랜드 이미지 실추는 물론 지금 현재 신형 프리우스가 도요타의 간판차종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프리우스는 일본에서 가장 많이 팔리고 있는 차다. 09년에는 일본 국내에서만 20만대를 팔았고 전세계적으로도 40만대나 팔려 나갔다. 안심/안전과 함께 도요타의 양대 이미지 중 하나인 친환경을 어필해 왔던 차종인지라 프리우스에서 문제가 발생됐다는 것은 곧 도요타 브랜드의 이미지 실추를 의미하는 것과 다름없다."(니혼게이자이, 2월 4일자)
 
도요타는 전사적 차원에서 리콜과 브레이크 문제에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사사키 부사장은 3일 "빠른 시일내에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겠다"고 다짐했지만 정작 프리우스의 리콜에 대해선 "아직 정해진 바가 없고 조사중"이라는 말만 했다.
 
마치 07년 3월 가속페달의 문제를 운전사의 책임 혹은 플로어매트 탓으로 돌렸던 때를 떠올리게 한다. 그런데 마에하라 국토교통상, 나오시마 경제산업상 등은 프리우스의 이번 문제에 대해 별로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
 
마에하라 장관은 "현 시점에서 차량의 설계 및 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는 견해를 폈고, 나오시마 장관은 "차량 결함인지 아닌지 면밀하게 검증해 봐야 한다"는 신중론을 폈다. 게다가 국토교통성은 프리우스의 브레이크 오작동 클레임을 호소하는 국민의 목소리가 2월 2일 현재까지 15건 있었다고 밝혔다.
 
미 정부처럼 강력한 조치는 힘들다 하더라고 일시적인 판매중지 권고나 매뉴얼 보급 등의 행정명령은 내릴 수 있을 법도 한데, 주무부처는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일등기업 도요타의 자체해결을 기대하고 있는 것일까?
 
하지만 도요타의 자정능력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 가속페달 트러블 은폐의혹도 있었지만, 그 이전에 이익만을 추구하는 기업체질이 자정능력을 포기하게끔 만들었다. 도요타식 '카이젠(KAIZEN, 개선)' 운동에 희생된 종업원의 수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하야시 씨는 "일류기업들은 어느 정도 그런 색깔이 있긴 하지만 도요타는 그 중에서도 첫 손에 꼽힐 정도로 이익만을 추구하는 집단이다. 그런데 그런 기업이 입만 열면 안심, 안전, 친환경을 외치고 있으니... 자정? 절대 무리라고 본다"라고 단언한다. 
 
일본정부가 방관하고 있는 지금도 도요타의 '시한폭탄' 신형 프리우스는 절찬리에 판매되고 있다. 

 

 

 

 

 

 

 

 

 

 

(출처:제이피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