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마쓰리의 나라다. 그다지 넓지도 않은 땅에서 일년 365일 하루라도 마쓰리가 끊이지 않고 열린다.
스스로 “마쓰리의 국민”이라고 부르기를 부끄러워하지 않으며, 심지어는 “오늘을 위해 일년을 기다렸다”라고 말할 만큼 일본 국민의 마쓰리에 대한 정열과 관심은 대단하다. 이런 일본만의 독특한 문화라고 할 수 있는 마쓰리에 대해 좀더 살펴봄으로써 가깝고도 먼나라 일본의 숨은 모습을 들여다 보자.
마쓰리는 우리말로 흔히 “제사”, 또는 “축제”라는 말로 번역되어 사용되고 있다. 그리고 일본에서는 히라가나로 “まつり”, 카타카나로 “マツリ”로 표기하고 있으며, 한자를 사용하여 “祭”, “祭り”, お 祭り” 등으로 표기하기도 한다. 또한 로마자를 이용한 “matsuri”란 표기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데, 이것은 어떤 마쓰리가 어떠한 성격의 마쓰리이며, 어떠한 형태의 내용을 담고 있는지를 어렴풋이 나타내고 있다.
마쓰리의 기원은 원래 신과 죽은자의 영혼을 기리는 목적으로 매년 행해지던 의식의 일종으로, 마쓰리에 참가하는 이들은 신을 봉양함으로써 그 해의 풍작과 질병, 악천후로부터 보호를 받음과 동시에 지역사회의 안녕을 꾀하는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하지만 오늘날의 마쓰리는 이런 종교적인 성격을 벗어나, 일본의 지방자치의 가치확립과 친목도모, 관광상품의 개발 등에 좀더 비중이 두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쉽게 말하면 페스티발, 카니발의 성격으로 점점 변하고 있다고나 할까……. 특히 20세기에 들어와서 생긴 역사가 짧은 마쓰리의 경우 대부분 상업적인 성격이 강하다.
하지만, 이러한 마쓰리의 성격 변화와는 상관없이 여전히 일본인들은 그들만의 마쓰리에 열광하고 있으며, 독특한 일본만의 문화로서 전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이 일본의 마쓰리를 보기 위해 매년 찾아들고 있다. 삿포로의 “유키마쓰리(雪まつり)”의 경우, 브라질의 리오 축제, 독일 뮌헨의 옥토버 축제와 더불어 세계 3대 축제의 하나로 손꼽히는 유명한 마쓰리이기도 하다.
삿포로의 “유키마쓰리(雪まつり)”
최근 몇 년 사이에 겨울이면, 우리나라에서도 삿포로 “유키마쓰리”를 주제로 한 관광상품이 팔리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만큼 일본의 마쓰리는 이국의 문화로서 매력적이며 사람들의 관심을 모을 만큼 독특한 관광요소이다.
일본 3대 마쓰리1. 도쿄 간다(神田) 마쓰리
치요다쿠(千代田區)에 위치한 간다는 헌책방가로 유명한 곳이다. 이 간다의 마쓰리는 도쿠나가 이에야스(德永家康)가 세키가하라(關ヶ原) 전투에서 승리한 것을 기념하여 벌인 축제가 그 기원이다. 매년 5월 14일에서 15일에 행해진다. 과거에는 히에(日枝) 신사와 산노(山王) 마쓰리, 후카가와(深川) 마쓰리와 함께 에도(江戶)의 3대 마쓰리의 하나로 에도시대 '마쓰리의 꽃'이라고 할 수 있다. 108개의 자치회에서 90개의 미코시(御輿)를 선보일 정도로 그 규모는 엄청나다. 간다 주민뿐만 아니라 은행이나 일반 기업들도 참가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2. 교토 기온(祇園) 마쓰리
고대 일본의 수도였던 교토에는 고대 일본의 유산들이 많이 남아 있어 문화유산을 느낄 수 있는 도시이다. 기온 마쓰리는 일본 중요 무형민속문화재로 약 1100년 전에 전염병을 퇴치하기 위해 기원했던 어령회(御靈會)가 그 기원이다. 매년 7월 1일부터 31일까지 행해진다. 기온 마쓰리의 하이라이트는 17일에 있는 야마보코 행진으로, 거대한 야마보코가 교토 시내를 행진한다. 이 야마보코를 보기 위해 각 지역뿐만 아니라 세계각국에서 믾은 사람들이 모여든다.
3. 오사카 덴진사이(天神祭)
오사카 텐진사이는 일본 3대 마쓰리이자 일본 3대 선상 마쓰리이기도 하다. 서기 949년에 텐만구(天滿宮) 신사가 건립된 다음해 6월 1일 경내 해변에서 카미호코(창과 도끼 구실을 하는 무기)를 바다에 띄워서 그 카미호코가 표착한 해변에 제사단을 마련하여 시령을 안치하고 목욕재계한 것이 그 기원이다. 매년 7월 24일에서 25일에 행해진다. 하이라이트는 25일에 있는 '여름 대축제'와 오후 6시부터 시작되는 후나토쿄(船渡御)이다. 후나토쿄는 약 100여 척의 화려한 배들이 토지마카와(堂島川)와 오가와(大川)를 거슬러 올라가는 행사이다. 육지뿐만 아니라 강에서 축제를 즐긴다는 점이 아주 매력적이다.
각 지방의 주요 마쓰리
1. 아오모리 네부타(ねぶた) 마쓰리
지금부터 240∼250년 전 한 동네에서 서민들이 등롱을 손에 들고 춤을 추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하지만 이것이 네부타 마쓰리의 기원인지는 아직까지 불분명하다. 그러나 네부타 마쓰리는 일본을 대표하는 불의 축제로 각지에서 열리는 유명한 마쓰리 중에서도 크게 성장한 축제라 할 수 있다. 네부타란 커다란 나무나 대나무에 종이를 붙인 엄청나게 큰 등롱을 말한다. 마지막 날에는 해상운항이 행해져 아오모리항을 운항하는 것으로 화려한 네부타 마쓰리 가운데 고요함과 엄숙함이 구경하는 사람을 환상의 세계로 이끈다. 또 하네토(跳人)라 하여 네부타 뒤에 1,000명에서 1,500명의 춤추는 사람들의 행렬이 이어진다. 그 모습은 네부타 본체 이상으로 박력과 생동감을 느끼게 한다. 매년 8월 1일부터 8월 7일까지 행해진다.
2. 센다이 다나바타(七夕) 마쓰리
1928년 8월에 동북산업박람회의 행사로서 개최된 것이 현재의 센다이 타나바타 마쓰리의 원형이다. 1946년 8월에 있었던 센다이 타나바타 마쓰리는 전후(戰後) 부흥의 시발점으로서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었다. 과거 센다이 타나바타 마쓰리는 소박하고 온화한 민속행사였으며 추석을 앞두고 조상과 논의 신을 염원하는 행사이기도 했다. 그것이 전승되어 현재에는 일본을 대표하는 타나바타 마쓰리가 되었다. 센다이 타나바타 마쓰리는 매년 8월 6일부터 8일까지 행해지며, 상가나 거리에는 크고 화려한 타나바타 장식이 눈에 띈다. 또 일본 각지에서 온 관광객들로 거리를 가득 메운다.
3. 도쿠시마 아와오도리(阿波踊り)
일본의 추석인 오봉(お盆)에는 죽은 사람의 혼을 염원하는 의미로 추는 봉오도리(盆踊り)가 있다. 동네에서도 흔히 볼 수 있으며 마쓰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이 봉오도리는 무로마치(室町)시대에 서민들에게 보급되었으며 그 중에서도 시코쿠(四國) 도쿠시마(德島)현의 아와오도리가 유명하다. 유래는 1587년에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의 신하 하치수카케(蜂須賀家)가 도쿠시마현에 성을 세웠을 때 잔치상에서 서민들이 춤을 추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춤추는 바보에 보는 바보 같은 바보라면 안 추면 손해다 손해(踊る阿保に見る阿保同じ阿保なら踊らにゃそんそん)”라고 노래하며 춤을 춘다. 매년 8월 12일부터 15일까지 행해진다.
4. 후쿠오카 하카다기온야마가사(博多祇園山笠)
후쿠오카(福岡)의 중심인 하카다(博多)에서 열리는 하카다기온야마가사는 남자 마쓰리이다. 가마쿠라(鎌倉)시대 때 하카다 일대에 전염병이 유행하여 그 병을 퇴치하기 위해 기원한 것이 시작이다. 이때 하카다의 거리는 일본 남성의 웅장함과 묵직함으로 거리를 가득 메운다. 마지막 날에 열리는 오이야마(追い山)라는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야마가사(山笠)를 행진하는 속도를 겨루는 것으로 정신을 통일하여 야마가사를 짊어지고 달리는 남성들의 힘찬 모습이 여름의 무더위를 시원하게 해준다. 매년 7월 1일부터 15일까지 행해진다.
5. 히로시마 미야지마칸겐사이(宮島管絃祭)
미야지마의 이쓰쿠시마(嚴島) 신사는 12세기 당시 권력자였던 타이라노키요모리(平淸盛)에 의하여 세워진 세계문화유산이다. 해상에 세워진 신사는 주위의 배경과 건물이 하나가 되어 보는 이를 압도한다. 이쓰쿠시마 신사는 그의 업적을 엿볼 수 있으며 헤이안(平安)시대의 대표적인 자산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이곳은 일본 삼경(三景)이라 하여 미야기(宮城)현의 마쓰시마(松島), 교토(京都)의 아마노하시타테(天橋立)와 함께 일본의 대표적인 경승지이다. 이 이쓰쿠시마 신사의 대표적인 행사가 바로 칸겐사이이다. 오사카 텐진사이와 함께 일본 3대 선상 마쓰리의 하나로 과거 교토 귀족들이 배 위에서 여가 생활을 즐긴 것이 전해져 현재에 이른 것이다. 매년 7월 25일에 행해지며 선단(船團)의 웅장함과 해면에 비친 화톳불의 아름다움의 조화는 환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