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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을 붙여보고 싶지 않으세요?

가자 세계로 2009. 6. 11.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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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등불 코케시 성냥
by jin (jin@earlyadopter.co.kr)

성냥이라는 단어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성냥… 이라고 그 단어를 몇 번 되뇌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그 말의 울림이 어색하게 느껴진다. 성냥은 이렇게 우리들 사이에서 멀어져가고 있는 것이다. 몇 년 지나면 과거에는 자주 쓰인 단어인데 언젠가부터 쓰이지 않아 마치 북한에서나 쓰는 단어처럼 느껴지게 될 지도 모르겠다.

성냥은 한때 한국 공업의 대명사로 통할만큼 수요가 높은 인기 상품이었다. 집집마다 필수품에 물이나 습기에 젖지 않게 중요한 위치에 고이 모셔두기까지도 했다. (물론 아이들 손에 넘어가 멀쩡한 집을 홀라당 태워먹는 그런 사태를 예방하는 의미도 있었겠지만) 어릴 때 집들이 선물로 성냥과 양초를 사 들고 가던 기억이 어렴풋이 남아있는 것을 보면 그렇게 오래된 얘기도 아니다. 70년대 후반까지도 전국에 성냥공장만 300여개에 이르고 도매상은 서로 물건을 많이 받기 위해 성냥공장에 로비까지 하던 시절이 있었다.

이 와중에 재미난 성냥을 하나 소개한다. 일본의 코케시 성냥이라는 것인?코케시는 일본의 목각 인형을 뜻한다. 아마 목각 인형의 형태가 성냥과 비슷한 느낌이라 그렇게 이름을 지은 것이 아닐까. 코케시라는 이름을 짓는 순간부터 이미 성냥에 캐릭터를 부여하려는 의도가 있었겠지 하는 예상.

코케시 성냥은 이 성냥 시리즈에 추가해 한술 더 떠서 특별 이벤트 제품까지 소개하고 있다. 크기도 디자인도 미묘하게 틀리다. 가격은 물론 더 비싸다. 자그마치 280엔이나 한다. (세금 포함하면 294엔) 게다가 성냥의 개수도 훨씬 적다. 그래도 손이 제멋대로 가버린다.

라이터 시대가 왔다고 손 놓고 있다가 사양산업으로 몰락해 (지금은 이미 라이터마저 사양산업이 되어버렸지만) 직업사전에서 성냥제조원이라는 항목마저 삭제 당한 경우와 성냥을 하나의 팬시 제품으로 발전시켜 이렇게 당당하게 초고가로 비싸게 팔리는 제품을 만든 경우. 너무나 대조적이다.

그리고보면 1969년에 "UN성냥사건"이 있었다. 고야의 작품인 <나체의 마야>를 성냥갑에 인쇄해서 판매했을 뿐인데 대법원은 명화를 불순한 목적에 사용했으므로 이 성냥을 음란물로 규정해 유죄판결을 내린 판례가 있다. 뭔가 해보려다 이렇게 된통 얻어맞으니 그 이후로 어떠한 모티브도 생겨날 리가 없고 주구장창 팔각 성냥만 만들어내다가 자멸한 것은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사양 산업이란 없다고 생각한다. 어느 분야나 1위는 살아남는다. 사양 산업에서 살아남기 위해 1위가 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할지도 모른다. 일본의 코케시 성냥의 예. 너무도 명쾌하지 않은가!

 

 

 

 

 

 

 

(출처 : 얼리어답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