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맥주란 일상 생활과 매우 밀접한 기호품이라고 할 수 있다. 밥을 먹을 때도 맥주 한잔, 샤워가 끝나도 한 잔, 친구들과 본격적으로 술을 먹기 전에도 ‘맥주 먼저!’를 외친다. 심지어 길거리에서도 캔 맥주를 들고 다니는 사람들을 흔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래도 이상하게 쳐다보는 사람이 없으니 그들에게 맥주란 취하기 위한 것이라기 보다 갈증을 풀어주는 음료수의 개념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이는 그만큼 많은 일본인들이 맥주를 선호하고, 또 일본인들의 생활 속에 맥주란 것은 빼놓을 수 없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또한 맥주는 단지 술을 넘어서는 그 이상의 문화적 의미를 지니고 있기도 하다. ( [일본문화백과 식사편- 저녁식사] 기사 참조)
그런 점에서 일본의 맥주문화는 일본 문화로 들어가는 중요한 아이콘이라고 볼 수 있다.
일본 맥주는 여러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지만 가장 대표적인 것은 일단 그 종류가 상당히 다양하다는 것이다. 대략 1년에 20개 이상의 신제품이 출시되고 때로는 ‘겨울 한정품’, ‘여름 한정품’도 있을 뿐만 아니라 특정 지역에서만 판매하는 맥주도 있다. 하지만 한 시즌이 끝난 뒤 인기가 없는 제품들은 바로 매장에서 사라지는 경우도 많다. 이렇듯 치열한 경쟁이 이뤄지다 보니 맥주 회사의 CF들에는 늘 당대 최고의 스타들이 기용된다.
일본의 맥주 상품 체계는 약간 복잡한 면이 있다. 우리 나라처럼 ‘하이트 아니면 카스, 또는 맥스’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한 회사에서 출시하는 제품에도 다양한 상품군이 있으며 그것들은 제 각각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사실 일본의 슈퍼나 편의점에 들어가서 진열된 맥주를 본다면 도대체 어떤 걸 마셔야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일단 어떤 맛인지 알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본 맥주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약간의 사전 지식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것만 알면 그 복잡한 듯이 보이는 일본 맥주의 체계를 ‘꽉’ 잡을 수 있다. 이제 어느 슈퍼에 가서 어떤 맥주를 보더라도 ‘아! 이건 이런 종류의 맥주군!’이라며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의 표를 살펴보자. 일본 맥주는 기본적으로 보리의 비율에 따라 구분이 된다.
그런데 이 세가지를 어떻게 구별할까? 어렵지 않다. 거의 모든 맥주에 이것이 명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일반 맥주는 < 生ビール > 라고 쓰여 있고,
발포주는 한자로 < 発泡酒 > 라고 쓰여 있다.
신 장르는 < 発泡性 > 이라고 적혀 있어, 금방 구분을 할 수 있다.
물론 이외에도 ‘프리미엄 맥주’, ‘드라프트’ 등 좀 더 세밀한 구분이 있기는 하지만 우선 이 세가지만 확실히 알고 있어도 일본 맥주의 전반적인 체계를 알 수 있다.
앞서 표에서 살펴봤듯이, 일부 신장르의 맥주는 사실 엄격한 의미에서 맥주라고 볼 수 없는 경우도 있다. 맥아가 전혀 들어가있지 않은 술을 ‘맥주’라고 보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가격의 경우 일반 맥주가 제일 비싸고 그 다음이 발포주, 신장르로 이어진다. 아사히의 경우 350ml 를 기준으로 생맥주가 270엔, 발포주가 210엔, 신장르가 137엔대이다. 이는 꼭 맥주 퀄리티의 문제라기 보다는 세금의 문제가 포함되어 있다. 그러니 꼭 ‘신장르가 싸니 맛도 없을 것이다’는 편견을 가질 필요는 없다. 일부 여성들의 경우 오히려 신장르를 선호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아사히의 신장르 맥주, 클리어 아사히]
현재 일본의 주요 맥주 메이커는 총 4군데이다. 아사히, 기린, 삿뽀로, 산토리가 전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하지만 이외에도 전국 각지에 약 270여개 정도의 지역 맥주회사가 있다. 엄청난 주류 회사들이 일본 전역에 퍼져 있다는 이야기다.
2008년 1월 현재 일본의 맥주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메이커는 아사히 맥주다. 7년 연속이나 선두 자리를 빼앗기지 않고 있다. 그 뒤를 바짝 쫒고 있는 것은 바로 기린 맥주. 아사히의 2007년 시장 점유율이 37.9%인데 비해 기린의 시장 점유율은 37.8%였다. 그러나 0.1%의 근소한 차이밖에 나지 않기 때문에, 언제라도 뒤집힐 수 있는 1위와 2위의 의미가 그리 크지는 않다.
이어 삿포로 맥주는 12.5%, 산토리는 11%였다. 여기, 산토리라는 회사는 약진이 눈부신 회사다. 3년 연속 자사 과거 최고 매출을 갱신하며 급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 맥주 애호가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산토리 프리미엄 몰츠 ]
사실 이렇게 아사히가 1위가 된 것은 그리 오래 전의 일이 아니다. 세계 2차 대전 이후 일본 맥주 시장의 절대 강자는 다름 아닌 기린 맥주였다. 특히 76년에는 시장 점유율이 63%를 넘어서서 ‘맥주 하면 기린’이라고 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 거대한 전설을 이겨낸 것이 바로 아사히의 ‘슈퍼 드라이’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아사히는 점유율 9.6%라는 최하위 맥주 회사에 불과했다. 이러한 대역전극을 만들어낸 사람은 당시 아사히 맥주의 '히구치 히로타로' 신임 사장이었다.
그는 하나의 상상으로부터 출발해 새로운 컨셉을 만들어 냈다. - ‘달면서도 쓴 맛’.
당시까지만 해도 이러한 맛을 구현해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사람들은 은행원 출신의 그를 비웃기까지 했다. 맥주에 대해 전혀 문외한인 그였기에 생각해낼 수 있었다는 비야냥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이미 ‘대담한 발상의 파격적인 경영인’이라는 세간의 평가를 받고 있었다.
어쨌든 그 모든 반대를 무릅쓰고 출허된 ‘슈퍼 드라이’는 말 그대로 ‘메가 힛트(mega hit)를 해버렸다. 소비자들은 ’깊이 있고 깔끔한 맛‘이라고 평가했고, 이는 기존의 일본 맥주 시장의 판도 자체를 완벽하게 뒤집어버렸던 것이다.
[일본 맥주 시장의 판도를 바꿔버린 아사히의 야심작, 아사히 드라이
또한 그는 경영 자체도 새로운 발상으로 시도했다. 원가를 염두에 두지 않고 좋은 제품을 만들어 내는가 하면, 아무리 불황이라도 원료는 무조건 최고급을 사용할 것, 고객의 요구는 무조건 반영할 것, 회사가 먼저 나서서 노조의 대우를 개선할 것 등이 그런 것이다.
최근 일본 맥주들은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여전히 맥주가 일본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고는 하지만, 소비량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사실과 또한 점차 변화하고 있는 젊은이들의 취향도 무시할 수 없는 이유에서다.
따라서 최근 일본의 맥주 회사들은 맥주맛을 점점 더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레몬이나 초콜릿 향을 가미한 ‘플레이버 맥주(Flavor)'나 ’스위트 맥주‘가 대표적인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맥주 전문가들 역시 기존의 일반 맥주 시장은 그대로 유지될 것이지만, 발포주 보다는 신장르 시장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본 맥주 시장은 다채로운 맛과 늘 새로운 브랜드, 그리고 막강한 주류 회사들이 엎치락 뒤치락 하는 역동의 세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더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은 우리의 마음마저 요동치게 하는 그 쌉쌀하면서도 달콤한 맥주 맛은 아닐까.
마지막으로 일본 맥주의 그 화려한 디자인을 한번 보고 넘어가자. 금기없는 색깔의 사용, 깔끔하고 유려한 스타일의 디자인, 각각의 브랜드 별로 명확한 컨셉 - 디자인 왕국 일본의 단면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할 수 있겠다.
(출처:인니뽄매거진)
'우리들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순위로 살펴본 일본 여성들에게 인기있는 샴푸는? (0) | 2010.04.06 |
---|---|
日, 남친 집에 갔다가 경악한 순위 10 (0) | 2010.04.06 |
고객의 마음을 훔친 유니클로 (上) (0) | 2010.04.04 |
김태균 버거, 어떤 맛인지 물어보니...롯데리아 (0) | 2010.04.03 |
새로 등장한 오사카 덴덴타운의 건담^^ (0) | 2010.04.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