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이야기

고객의 마음을 훔친 유니클로 (上)

가자 세계로 2010. 4. 4. 00:59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인 일본 최고의 부자는 과연 누구일까? 소니의 사장? 도요타의 사장? 세계 최고의 일본 브랜드를 떠올려볼 수 있겠지만 예상은 빗나간다. 바로 의류업체 유니클로의 야나이 다다시 사장(60)이다. 그는 경제잡지 『포브스』가 뽑은 2009년 일본 최고 부자다. 국내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게임기업체 닌텐도의 창업자 야마우치 히로시는 작년까지 1위에 있었지만 올해 들어 야나이 사장에 밀려 3위로 내려갔다.
 

뭐든지 1등이 되어라

 

그러나 야나이 사장은 젊은 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낸 인물은 아니다. 와세다대학에 다닐 때만 해도 그는 도서관보다는 재즈에 심취했던 인물이다. 대학을 졸업한 후 슈퍼마켓에 취직을 했지만 그마저도 일에 관심이 없어 10개월 만에 그만두고 고향인 야마구치 현에 돌아와 빈둥거리기도 했다. 일본 최고 대학이라는 와세다대학까지 나온 인물치고는 지나치게 야망도 없고 일에도 관심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던 그가 새로운 인생의 전기를 맞았다. 어느 날 갑자기 아버지가 양복점 점포를 물려준 것이다. 아버지는 짧게 한마디 남기셨다.
뭐를 하든 1등이 되어라
.”

그 후 야나이 사장의 약진은 눈이 부실 정도였다. 1984년 히로시마에 유니클로 1호점을 개업한 뒤 1999년 도쿄증시 1부에 상장하면서 매출 1,000억 엔을 돌파했으며 다시 10년 만에 그는 일본 최고 부자가 된 것이다. 그렇다면 유니클로의 성공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유니클로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들은 이렇게도 말한다.
유니클로야 가격이 싸니까 불황에도 성공할 수 있었던 것 아닐까?”

 

과연 싸기만 하면 팔릴까?


하지만 과연 그럴까. 그렇다면 유니클로 이전에는 유니클로보다 더 저렴하게 옷을 판 업체는 없었을까? 당연히 그렇지 않다. 기나긴 불황의 터널을 지나온 일본의 패션업체들은 끊임없이 가격 파괴를 단행했다. 유니클로보다 더 저렴하게 옷을 파는 곳은 과거에도 많고 지금도 많다. 하다못해 일본 시장에만 가도 유니클로보다 싼 옷이 수두룩하다. 결국싼 가격은 유니클로가 성공한 핵심 이유가 절대 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유니클로의 성공비결에는고객에게 배은망덕을 할 수 없다는 철저한 장인정신과 고객의 속마음까지 읽어내는 탁월한 마케팅이 있었다.


성공전략 1 = ‘모든 면에서 고객을 만족시켜라

앞서 이야기했던유니클로는 싸기 때문에 성공했다는 부분에 대해 다시 한 번 짚고 갈 필요가 있다. 야나이 사장은 국내의 한 경제신문과 단독 인터뷰에서 이렇게 이야기했다.
물론 가격 요소를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아무리 싸더라도 기능이 좋지 않고 패션이 떨어지면 옷은 팔리지 않는다. 유니클로보다 더 싸게 판 기업도 많았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유니클로 제품이 싸기만 해서 팔렸다고 보면 오산이다. (옷은) 기능, 패션, 저렴한 가격 모두 소중하다. 고객은 그 세 가지를 모두 갖춘 제품을 사고 싶어 한다. 어느 것 하나라도 시원치 않으면 안 팔린다
.”
 

결국 유니클로의 핵심적인 성공비결은값이 싼 것이 아니라고객이 원하는 모든 것을 만족시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 유니클로가 히트시킨 제품의 면면을 살펴보면 이를 더 확실하게 알 수 있다. 출시 후 2,000만 장 이상 팔린히트텍은 기능성 신소재로 만든 겨울용 내복이다. 몸에서 발산되는 수증기를 흡수해 열을 발생시키고 섬유 사이사이의 공기층이 열을 차단한다. 물론 가격도 저렴하다. 소비자의 숨겨진 니즈를 찾아내 그것을 집중적으로 공략하여 새로운 히트 상품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브래지어 기능이 있는 민소매 여성 속옷도 마찬가지다. 당시 여성들은 이 혁신적인 기능에 열광했고 그것은 곧 유니클로의대박매출로 이어졌다.
 

 싼 것이 잘 팔린다는 불황기의 고전적 마케팅 이론은 이제 여지없이 수정해야 한다. 이는 경쟁상대를 바라보는 유니클로의 새로운 관점에서 유래했다고 볼 수 있다. 야나이 사장은불황기에는 옷만이 아니라 PC, 휴대전화, 자동차 등도 경쟁상대가 된다고 말한다. 소비자들이 쓸 수 있는 예산을 줄이기 때문에 이제는이 옷을 살 것인가, 저 옷을 살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휴대전화를 살 것인가, 옷을 살 것인가라는 고민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불황기에 소비자 심리를 공략하기 위해서는휴대전화가 주는 만족감보다옷이 주는 만족감을 더욱 높여야 한다. 당연히고객이 원하는 모든 것을 만족시키지 않고는 선택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이는 꼭 옷에 관련한 마케팅 전략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생필품, 문구용품, 공장부품 등 모든 제품에 적용될 수 있는 이야기다. 싼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것, 그것이 바로 불황기를 이겨나가는 최고의 마케팅이라고 할 수 있다

 

성공전략 2 =고객의 내밀한 심리를 읽고 실천하는 장인정신
유니클로가 보여주는 고객 분석에는 탁월한 면이 많다. 일부 마케팅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을하류의 상()’이라고 한다. 일본에서 히트한 『하류사회』라는 책에서 연유한 말이다. 장기 불황을 거치면서 사람들이 대부분하류가 된 것은 기정사실이다. 그럼에도 심리적으로는이 되고 싶다. 자신도 하류임을 인정하기는 하겠지만 그중에서도 남들과는 좀 다른이 되고 싶다는 심리다. 이는 매우 적나라한 심리로 표현될 수 있다. ‘싸지만 싸구려가 아닌제품을 구매하고 싶다는 모순적인 심리이기도 하다. 바로 여기에 가장 정확하게 들어맞는 의류제품이 바로 유니클로였다. 유니클로는 싸기는 하지만 절대로 싸구려 티가 나지 않는 제품이기 때문이다. 이를 만들어내기 위해 야나이 사장은 직원들에게배은망덕하지 말라고 말한다.
 

잘나가던 유니클로도 위기를 겪은 적이 있다. 2002년 당시 경쟁브랜드가 출연하면서 당기 순이익이 36%나 하락했다. 이때 유니클로에서 과감하게 실천했던 것은 다름 아닌 엄정한 품질관리였다. 야나이 사장은흠이 있는 제품을 판다면 이는 소비자들에 대한 배은망덕이다라고 천명하고 본격적인 생산관리에 들어갔다. 60여 개 중국 공장에서 이른바장인 프로젝트를 실시한 것이다. 40년 이상 경험을 쌓은 철두철미한 전문가들을 집중적으로 투입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제품의 질을 관리했고, 일본 본사에도 역시 70명이라는 디자이너들을 전격적으로 투입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뛰어난 품질과 세련된 디자인을 보강할 수 있었고 이로써 결국싸지만 싸구려 티가 나지 않는 제품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그런데 사실 이러한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은 경영적인 관점에서도 모순이라고 할 수 있다. 싼 것은 그만큼 원가가 적게 들어간다는 것이고 그렇다면 싸구려 티가 날 수밖에 없다. 원론적인 의미에서싸지만 싸구려 티가 나지 않는 제품이라는 것은 곧 회사로서는적자 제품을 의미한다. 그러나 유니클로의 예에서 보듯이 이러한 원론적인 경영 원칙도 이제는 새롭게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 [ ()편에서 계속 ]

 

 

 

 

 

 

 

 

 

 

 

 

 

 

 

 

 

 

 

 

 

(출처:인니뽄메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