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비싼 물가를 말할 때 가장 많이 예로 드는 것이 바로 택시비다. 거의 대부분 ‘살인적이다’라는 무시무시한 말을 써가며 택시비를 설명하곤 한다.
따라서 일본에 여행 가는 경우 택시를 탈 생각을 아예 접어버리는 사람도 있고, 유학생들의 경우도 쉽게 엄두를 못 내는 것이 사실이기도 하다. 심지어 어떤 이들은 술을 먹다 새벽에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가느니 차라리 밤을 새고 다음날 새벽 전철을 타고 집으로 가는 경우도 있을 정도다.
하지만 엄두를 내지 못한다고 해서 그것에 대해 ‘무지’할 필요까지는 없다. 이번 기회에 일본 택시의 모든 것을 알아보자.
일단 택시에 대한 일본인들의 기본 인식은 어떨까? 한 일본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어렸을 때는 ‘어른 들만 타는 것’이라는 인식이 강했어요. 취직을 하기 이전에는 생각도 못했고요, 자신이 돈을 벌 수 있게 된 이후에야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이었죠. 하지만 설사 자신이 돈을 번다고 해도 특별한 상황을 제외하고 택시를 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죠.” (쿠라모찌 · 36 · 부동산 영업 )
검소한 일본 서민의 입장에서 봤을 때 택시는 ‘사치성 이동 수단’이라는 인식이 어느 정도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 96년전, 화려한 긴자의 조명 아래 택시가 나타나다 "
일본 택시의 역사는 97년이다. 3년 뒤인 2012년에는 100년 전통의 역사라는 금자탑이 쌓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에서 처음 택시가 등장한 곳은 ‘일본의 부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긴자 거리였다. 그 후 1941년 ‘목탄 택시’가, 1978년 부터는 지금과 같은 24시간 연중 무휴의 택시가 생겨났다.
현재 동경 내에서 영업 중인 택시의 숫자는 약 5만 5천여대(법인 택시 3만 7천대, 개인 택시 1만 8천대)로 보고되고 있다. 서울에서 운행 중인 7만여대의 택시에 비하면 다소 적다고도 볼 수 있다. 거기에 서울의 인구가 1천만명, 동경의 인구가 1천2백만명 이라는 것까지 감안한다면 동경의 택시는 서울보다 상대적으로 더욱 적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생각해봐야 할 부분은 ‘택시의 숫자가 적으니 택시 잡기가 힘들지 않을까?’하는 점이다. 그러나 경험 상 일본에서 택시를 잡기는 힘들지 않다. 갑자기 동경 내의 전철 운행이 중단된다는지 하는 천재지변에 준하는 상황이 아니고서는 어느 때고 쉽게 잡을 수 있는 것이 동경의 택시이기도 하다.
다음은 택시의 종류를 알아보자. ‘택시면 다 같은 택시지, 거기에도 종류가 있나’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일본에는 현재 약 3종류의 택시가 운행 중에 있다.
첫번째는 일반 택시로 불리우는 일반 승용차로서 전체 택시의 약 90%를 차지하고 있다.
두번째로는 와곤택시다. 많은 짐을 가진 승객을 태울 수 있는 택시라고 볼 수 있는데, 대부분 하네다 공항 등 관광객이 많이 모이는 지역에 집중 배치되고 있으며 일반 택시와 가격 차이는 없다.
마지막으로는 ‘복지 택시’라는 것도 있다. 대부분의 승객이 신체 장애자 및 고령자, 간병이 필요한 사람들이 이용하는 택시로서, 휠체어나 이동침대의 상태에서도 탑승이 가능한 택시이다.
그럼 '무섭다'는 일본 택시 요금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기본적으로 일본의 택시 요금은 ‘시간 거리 병산제’이다. 기본 요금에는 거리와 시간이 두 가지 변수가 되어 함께 계산되는 것이다.
계산이 꽤 복작해 보인다. 하지만 설사 택시를 탄다고 해도 스스로 스톱워치로 시간과 거리를 재서 택시 미터기와 비교해서 볼 것이 아니라면 상식 선에서 이해하고 넘어가도록 하자.
장애인의 경우 기본적으로 10%를 할인해주고 일반인이라고 하더라도 요금이 9000엔이 넘는 금액에 대해서는 10%를 할인해 주기도 한다. 나리타 공항에서 출발하는 택시일 경우에는 정액제 요금을 실시해 어느 정도 비용을 줄여주고 있다.
그럼 택시비가 비싼 만큼 뭔가 특별한 서비스가 있단 말인가?
일단 승차 거부와 합승은 상상할 수도 없다. 아직까지 한국에서는 심야 시간에 승차 거부가 빈번히 일어나는 점에 비하면 좋은 점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승차거부, 이건 상당히 기분 나쁜 일이다. 일단 일본 택시에서는 그런 점 때문에 기분 상할 일은 없을 것이다.
상당수의 택시들은 깨끗하고 쾌적한 서비스를 위해 차량 내에 공기 청정기를 설치하고 있다. 역시 택시 내의 쾌쾌한 냄새 때문에 고생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또 시각 장애인들을 위해 택시 안에 회사명, 차량 번호 등을 표시한 점자 스티커를 붙여놓기도 한다.
또 앞서 설명한 복지 택시의 경우 ‘복지택시 종합배치 센터’를 개설해 놓고 있어 필요할 때에는 언제든 전화나 인터넷을 통해 택시를 부를 수 있다.
이외 매년 8월 5일을 ‘택시의 날’로 지정해 경축 이벤트도 실시하고 이벤트 홈페이지를 통해 세계 각국의 택시 도감을 발행하기도 하고 개인 및 사업자 택시를 탈 수 있는 택시 상품권도 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상품권 발행이 활성화되었지만 아직 택시 상품권은 없다는 점에서 이색적인 상품권이 아닐 수 없다.
" 위험에 처한 아이들아, 택시를 타거라 "
최근 일본 택시는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서 새로운 역할을 부여 받고 있다. 경시청이 동경도의 협력을 얻어 실시하고 있는 ‘택시, 아이 110 번’ 이라는 제도가 그것이다.
특히 최근 일본 초등학생들이 범죄의 피해자가 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24시간 동경 구석 구석을 돌아다니는 택시를 방범요원화 하자’는 아이디어인 셈이다.
일단 이 캠페인에 참여한 택시는 특정 스티커를 붙이고 있으며 아이들이 만약 자신에게 무슨 문제가 발생하면 이 택시에 얼른 올라타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일단 아이가 급하게 택시를 타면, 택시 기사는 경찰과의 긴밀한 지시와 협조를 통해 아이들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키는 것이다.
<택시, 아이 100번>를 위한 어린이 교육 현장>
이제까지 일본의 택시에 관한 기본적인 사실들을 알아봤다.
다음 번에는 ‘그렇다면 일본인들은 택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까’라는 앙케이트를 소개하고자 한다. 놀라운 사실은 한국인들은 일본 택시비에 대해 ‘살인적이다'라고 생각하는 반면, 의외로 일본인들은 오히려 ‘싸거나 적당하다’고 생각한다는 사실. 다음 편을 기대해달라.
TIP - 택시를 부른 후에는 '가만히!'
일본 택시의 특징 중 하나라면 뒤쪽 문이 자동으로 열린다는 점이다. 한국 택시는 수동으로 문을 열어야 하기 때문에 상당수의 한국인들이 무의식 중에 손으로 문을 열려고 하다가 깜짝 놀라기도 한다. 택시 기사들은 그러한 행동을 보고 외국인들을 구별하기도 한다고.
(출처:인니뽄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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