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시절, 학교 교정에 앉아서 술을 먹다보면 기본적으로 막걸리가 돌았다. 처음에는 단맛으로 목에 술술 넘어가지만 싼맛이 많이 먹다보면 다음날 머리가 깨질듯 아팠다. 대학로에서 고갈비나 파전과 함께 마시던 동동주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대학을 졸업한 뒤 회사를 다니기 시작한 뒤부터 막걸리는 거의 마셔본 적이 없다. 이런 막걸리가 의외로 일본에서 인기라고 한다.
한국에 나온 기사를 검색해보니 일본에서 막걸리는 한류를 뛰어넘어 어느새 웰빙 음식으로 대단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었다.
그러나, 한국의 언론보도와 달리 일본 현지에서 체감하는 막걸리 열풍은 아직 미미하다. 솔직히 말해서 아직 호기심 정도라고 말해도 무방할 정도다. 일본 이자카야(대중술집) 체인점에 가보면 막걸리가 놓여있는 곳도 있으나 없는 곳도 꽤 되고, 무엇보다 아직 막걸리가 무슨 술인지도 잘 모르는 사람도 많다.
일본에서 막걸리를 접한 것은 작년 송년회때 회사 회식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오키나와 출신 일본인후배가 막걸리 메뉴를 보고 같이 먹자고 졸라서 먹어본 게 다였다.
물론 막걸리는 일본시장에서 서서히 침투하고는 있다. 이동막걸리를 일본에 15년전부터 유통시킨 이동재팬의 김효섭 대표는 일본 내 한국막걸리 유통시장의 약 70%를 점하고 있는데, 올해 매출이 15억엔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15억엔이면 많은 것 같지만, 실제 원가로 따져보면 한국에서 일본으로 수출하는 수출액은 50억원 정도로 한국의 왠만한 중소기업 연간 매출도 아직 안되는 형편이다. 이런 마당에 한국에서는 일본 내 막걸리 열풍 기사가 넘친다.
그래서 직접 일본에서 막걸리를 유통시키는 이동 재팬을 찾아서 일본내 막걸리 시장현황에 대한 솔직한 의견을 물었다.
"일본 내 막걸리 열풍, 과장된 것"
▲ 이동 재팬 사무실에서 ©이승열
특히 일본에서는 젊은이들이 술을 싫어해서 일본인들이 보통 좋아하는 맥주도 경원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데 막걸리는 괜찮을까? 특히 술꾼들의 술이기도 한 막걸리가 어떻게 일본여성층에게 어필을 한 것일까.
인터뷰를 하고 나니 일본에서 막걸리가 자리잡은 의외의 이유를 알 수 있게 되었다. 그것은 일본인들의 음주습관과 막걸리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일본인들은 술을 마셔도 한가지 종목을 고집하지 않고 어느 정도 마시다보면 대충 전철시간 봐서 술자리를 끝내고 집으로 간다. 한국처럼 부어라, 마셔라 소주,맥주, 막걸리 등을 차례로 섭렵하며 세상이 떠나갈듯 마시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그러다보니 막걸리는 시켜도 딱 세네잔 정도 마시고 말기 때문에 뒷골이 떙길래야 떙길 수가 없고 묘한 단맛이 남으면서 적당하게 취하는 술이 된 것이다.
아마도 일본인들 음주습관이 한국처럼 부어라 마셔라 분위기라면 그나마 일본시장에서 자리잡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아무튼, 이제 막 자리잡아가는 일본 내 막걸리 시장.
너무 장미빛 전망에 호들갑떨기 보다 보다 내실있게 일본인들 사이에서 자리잡기를 기원해본다. (실은 그래서 어제도 막걸리 마셨음;;;;)
(출처 : 당그니의일본표류기중에서...)
'우리들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해도해도 너무한 日 매스컴의 보도행태 : 이번엔 사카이 노리코가 이겼다. (0) | 2009.09.18 |
---|---|
슈주 '강인' 폭행에 불편한 日 네티즌 (0) | 2009.09.17 |
야후재팬 선정, 일본내 한국음식점 1위는? (0) | 2009.09.15 |
년전 여성손님 강간사건으로 물의빚은 페퍼런치, 이번에는 식중독 (0) | 2009.09.14 |
일본 최대 패션쇼 현장, '도쿄걸즈콜렉션' 무엇이 대단한가? 12시간 밀착취재 (0) | 2009.09.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