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저녁 잠시 길가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볼일을 보러 집에 들어갔다가
문득 자전거 앞바구니에 가방을 놓고 왔다는 것을 깨닫고 나가보니 이미 누가 가져가버린 후였다. 자전거를 길에 세워둔 시간은 40분 정도. 다행히 신분증이나 노트북 등 중요한 물건은 없었으나 주택가에서 가방을 도둑맞으니 영 기분이 개운치 않았다.
일본에서는 보통 길가에 자전거를 세워둬도 왠만해서는 훔쳐가지 않는데 가방은 다른 것 같다. 가방은 어깨로 매는 가방이 아니라 사무용으로 한쪽 어깨에 걸치고 서류를 주로 넣는 사무용 가방이다. 중요한 물건은 없었지만 피해가 아주 없는 건 아니었다.
피해물품
1. 핸드폰 충전기
2. 디지탈 카메라 케이블
3. 접는 우산
4. USB 메모리
5. 안경집
6. 일본 경제 주간지
7. 꽃가루 알레르기 치료약 <- 이게 젤 타격(밤이어서..)
7. 가방 그 자체
생각해보면, 요즘 그 가방에 넣어서 가지고 다니는 노트북이나 열쇠, 각종 신분증은 잃어버리지 않아서 천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날 가방을 가지고 들어가는 것을 까먹은 이유가 너무 추웠기 때문이다. 도쿄는 바람이 불면 정말 세게 불기 때문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어서 안으로 들어갈 생각만 했던 게 주 원인이었다. 게다가 밤 9시경이었으니 누가 가져가도 쉽게 눈에 띄지 않았던 점도 작용한 듯 하다.
<이런 길에 세워뒀는데...>
집에 와서 아내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보니, 혹시 누군가 다른 사람이 가져갈까봐 대신 경찰서에 신고한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은 그 동안 일본에서 잃어버린 사례다
1. 자전거 도난
- 단지 주택 집앞에 세워뒀는데, 누군가훔쳐갔다. 중고였으므로 팔아버린 것은 아니고 먼 거리를 가는데 걸어가기 싫거나 차비를 아끼려고 남의 자전거를 훔쳐서 타고 목적지에서 버리는 경우가 있다. 일단 경찰서에 도난신고를 했는데, 나중에 연락이 온 것은 방치자전거보관소였다. 역시 누군가 잠시 타기 위해 훔쳐갔다가 적당히 길가에 버린 것이었다.
2. 딸아이 우산
- 이케아에서 음식코너에서 간단하게 빵을 먹고 역까지 나왔는데 딸이 좋아하는 캐릭터가 담긴 우산을 놓고 왔다는 것을 깨닫고 부랴부랴 원래 자리로 가보니 우산이 없어졌다. 점원에게 물어보니 유실물 보관소로 가보라고 해서 갔다. 유실물 보관소에 다행히 점원이 맡겨둔 우산이 있었다.
3. 아내 지갑을 통째로 도난당하다
- 아이 유모차에 걸어둔 지갑을 잠깐 쇼핑하면서 한눈 파는 사이에 누군가 슬쩍 훔쳐간 적이 있었다. 이때는 결국 못찾고 신분증과 각종 카드를 새로 발급받았다. 훔쳐간 놈 나쁜 놈
4. 자전거 앞 바구니에 가방 놓고 오다
이번에 나와 비슷한 경우로 아내가 자전거 앞 바구니에 가방을 놓고 그대로 집으로 올라온 적이 있었다. 한시간 후에 가방을 가지고 오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고 이때도 도난신고를 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어떤 아주머니가 길을 가다가 혹시 누군가 훔쳐갈까봐 자기가 대신 파출소에 맡겨놓은 것이다. 다행히 물건이나 신분증이 다 돌아온 경우라 일본사람들의 꼼꼼함에 놀라기도 했다.
이렇게 몇가지 잃어버린 후 상황을 아내와 이야기하고 나니, 별 것 아니지만 파출소에 가서 신고하기로 했다. 밤11시즘 파출소에 가서 사정을 이야기하니 파출소 아저씨 이렇게 이야기 했다.
'음, 길가에 세워둔 거죠?'
'네...'
'그리고 한시간정도 그 자리를 뜬 거죠?'
'네..'
'그럼 도난이라고 할 수도 있으나, 누군가 걱정되어서 경찰서에 가져다 줄 수도 있습니다. 내가 왜 이런 이야기를 하냐면 직접 물건을 들고 있는데, 누군가 그것을 뺏어간다면 이건 확실히 도난에 해당합니다. 그러나 잠시 자리를 떴고, 자전거를 세워둔 곳이 맨션 내에 자전거 주차장이 아니니까 문제입니다. 즉 누군가 선의로 그 가방을 경찰서에 갖다줬는데 도난신고로 처리해버리면 그 사람은 절도죄가 되거든요.'
'그럼 어떻게 하는게...'
'음..일단 유실물 신고를 하는게 어때요? 40분에서 한시간이나 그 자리에 없었으니 조깅을 하던 사람이 지나치면서 보고 갖다줄 수도 있고'
'근데 맨선 앞은데 그걸 유실물이라고 보고 경찰서에 갖다주는 사람도 있나요. 게다가 자전거 바구니에 들어 있는 건데...'
경찰 아저씨는 사실 도둑이 맞기는 한데 신분증이나 현금 등 중요한 것이 들어있지 않다면 유실물 신고를 하는게 좋지 않냐고 이러저런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현금이 들어있지 않은 가방은 오히려 찾기 쉬워요. 금품이 들어있다면, 가방을 보이지 않는 곳에 숨기거나 없애버리거든요...'
그 이야기를 듣자 나중에 가방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조금 생겼다. 그래서 '유실물 신고'를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가방을 도둑맞은 것은 기분 나빴지만 그나마 파출소를 지키는 중년 경찰 아저씨가 친절하게 여러가지 이야기를 해줘서 기분이 조금 풀렸다.
<유실물 신고 접수표>
그리고 이틀째.
아무런 연락이 없다. -_-
역시 가방은 돌아오지 않을 거 같다.
그리고 누군가 내 가방을 선의를 갖고 안전한 파출소에 가져다 준 것이 아니라 훔쳐갔을 확률이 크다. 별 것도 없는데, 그냥 근처 길에다 버렸으면 내가 찾았을 텐데...
암튼 일본에서도 훔쳐갈 녀석은 다 훔쳐간다.
일본에서 도난과 관련 주의할 점
1. 자전거는 되도록 밖에 세우지 않는다. 세우더라도 열쇠는 채워야 한다. '노리스테(타고 버리는 것)는 주로 열쇠가 쉽게 풀리는 것이 주 타켓
2. 물건을 분실하면 되도록 파출소에 신고한다.
신고에는 '도난신고(盗難届け)'와 '유실신고(遺失届け)가 있다.
파출소 아저씨들은 대체적으로(?) 친절하므로 신고하는 게 좋다.
특히 신분증이나 금품이 들어있지 않는 경우 신고하지 않으면 주인을 찾을 수 없다.
1. 자전거는 되도록 밖에 세우지 않는다. 세우더라도 열쇠는 채워야 한다. '노리스테(타고 버리는 것)는 주로 열쇠가 쉽게 풀리는 것이 주 타켓
2. 물건을 분실하면 되도록 파출소에 신고한다.
신고에는 '도난신고(盗難届け)'와 '유실신고(遺失届け)가 있다.
파출소 아저씨들은 대체적으로(?) 친절하므로 신고하는 게 좋다.
특히 신분증이나 금품이 들어있지 않는 경우 신고하지 않으면 주인을 찾을 수 없다.
(출처 : 당그니의일본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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