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이야기

"일본 수도물을 특별히 끓이지 않고도 먹을 수 있어요" ???

가자 세계로 2009. 7. 3. 18:45

"일본 수도물을 특별히 끓이지 않고도 먹을 수 있어요"

일본에 와서 제일 놀랬던 말이다.
정말 그럴까. 내 개인적으로 막상 일본 수도물을 마셔보면 수도물 특유의 냄새가 나서 쉽게 넘어가지 않는다. 그러나 지난번 회사 다닐 때 일본인 후배는 늘 물통만 회사에 놓고, 아침에 출근하면 수도물을 채워서 마시곤 했다.
물론, 일본 회사는 한국처럼 정수기를 놔두거나 하지 않아서, 다들 각자 출근할 때 편의점에서 차를 사온다.

아무튼 나는 한국에서도 그렇지만, 일본에서도 수도물은 맨정신으로 마시지 못한다.

그러나, 수도물을 마셔도 별 문제가 없다는 생각을 가진 친구를 그간 몇번 보기는 했다.

일본에 살면서, 우리 가족은 늘 물을 끓여먹기도 그래서 정수기를 사서 달았다.

일본 정수기란 한국처럼 어마어마한 돈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아주 거창한 장비가 들어가는 것도 아니다. 그냥 동네 쇼핑몰에서 파는 작은 필터를 사서 수도꼭지에 달면 그만이다.

 

 


 


수도꼭지에 정수기를 달고 옆의 필터를 3개월씩 주기에 따라 바꿔주면 된다.

그러나 한국은 다르다.

2년전 한국에 들어갔을 때, 처제가 정수기 회사에 잠깐 다닌 적이 있다.
그때, 처제 소개로 정수기를 달았는데, 아시다시피 한국에서 정수기를 구입한다는 것은 매달 관리자가 와서 체크를 해주고 주기적으로 애프터서비스를 받아야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지 출처(http://www.coway.co.kr/)

 


그렇다면 물맛은 어떨까.

나처럼 물에 그렇게 민감하지 않은 사람 입장에서 보면 그 맛이 그 맛이다.
한국은 정수기 회사 코디가 와서 관리를 해주므로, 잘만 관리해주면 더 맛있은 물을 먹을 수도 있다. 정수기란 필터 등 관리가 중요한 거니까.

일본 정수기를 쓰는 우리집은 정기적으로 필터 관리가 귀찮은지  최근에 아내는 일본 슈퍼에서 공짜로 물을 받아올 수 있다며 물통 하나를 사왔다.

사연인 즉은 해당 슈퍼에서 파는 정해진 규격의 물통을 사면 언제든지 가게에 와서 정수된 물을 떠갈 수 있다는 것이다.

주말에 딸아이와 직접 물을 떠왔다.

<슈퍼에 있는 정수기 약수터(?)에서 물뜨는 과정>


슈퍼 입구에 이렇게 커다란 정수기가 놓여있다.


물을 받고 수건을 닦을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물통에 물을 담 고 뚜껑을 닫는다.

초등학교 1학년 딸아이의 손 크기에 비교해보면 물통크기가 그렇게 크지 않다.


>> 물통은 두개까지만 된다.


막상 떠와보니 물맛이 더 있는 거 같긴 하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작은 정수기 필터는 2-3개월에 한번씩 갈아줘야하는 불편함이 있고, 또 어느정도 쓰다보면 과연 제대로 정수가 되는지 의심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언제부터 우리 부부는 물 뜨러 별일이 없어도 슈퍼로 발길을 옮기기도 했다

그런데, 여기서 또 다른 문제가 발생!
슈퍼에 가면 그냥 오는 게 아니라, 뭔가 하나씩은 사오게 된다는 것이다.
아이의 도시락 반찬부터 퇴근 후 저녁에 간단하게 먹을 맥주까지.

그렇다 슈퍼가 약수물(?)을 공짜로 제공하는 이유는 손님이 주기적으로 자기 가게에 오게 하기 위함이고, 이른바 고단위 상술인 것이다. 그래도 공짜 물맛에 맛들이면 쉽게 발길을 끊기 힘들어진다. 그렇다고 그냥 간단한 필터생활로 돌아갈 수는 없고.

그렇다면 물통을 확 늘려버릴까.
물통값이 500엔밖에 하지 않으니 한 3-4통을 사서 한번에 왕창 물을 떠오는 것이다.
그런데 이게 가게에서는 두개까지만으로 한정을 짓고 있다.

그러고 보면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
물을 끓이든, 작은 필터로 만족하든, 아니면 물을 떠오든, 한국처럼 어느 정도 비용을 지불하고 정수기 관리를 해 받든(안전하다는 보장하에)간에 말이다..

한국과 일본에서 흔히 쓰는 정수기의  차이는
한국 정수기는 냉수와 온수가 다 나온다는 거고(가격상 당연한 이야기겠으나)
일본 정수기는 정수만 된다는 것이다.

물론 가격 및 관리 비용은 한국이 더 비싸지만, 무엇보다 날씨가 점점 더워지는 요즘,
정수와 동시에 냉온처리가 되는 정수기가 그리워진다.


* 위 슈퍼 정수기는 모든 슈퍼에 있는 것은 아님

 

 

 

 

 

 

 

(출처 : 당그니의 일본표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