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이야기

美와 달리 日 등급강등 쇼크 없었던 이유는

가자 세계로 2011. 8. 24. 16:33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일본 국가 신용등급을 9년3개월만에 강등했으나 금융시장은 대체로 차분했다. 이달 초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 & P)가 미국 등급을 강등한 이후 미국은 물론 전세계가 요동쳤던 것과 크게 대조된다.

세계 3위 경제국인 일본의 국가 신용등급이 강등됐으나 미국 때와는 달리 금융시장이 담담한 이유는 뭘까? 이번 무디스의 신용등급 강등이 이미 예상돼 왔고 일본이 국가부채 위기에 처할 가능성도 매우 낮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기에다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이번 주말 적극적인 경기부양을 시사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충격파를 완화하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무디스는 일본 국가신용등급을 기존 `Aa2`에서 `Aa3`로 한 단계 하향조정한다고 발표했다. 강등 이유로는 "대규모 재정적자와 지난 2009년 글로벌 경기침체 이후 국가부채 증가"를 들었다. 대지진과 지진해일(쓰나미) 발생 이후 3대 국제신용 평가사들 가운데 일본 신용등급을 내린 것은 무디스가 처음이다.

무디스는 지난 5월에 일본 총리가 자주 교체되는 등 정치권이 불안하다며 신용등급 강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리고 일본 정부가 재정 개혁에 성공하지 못할 경우 신용등급을 강등하겠다고 이미 경고했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일본의 국가부채는 내년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무려 219%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강등 검토 방침을 밝힌데 이은 이행 조치인 만큼 금융시장에 미치는 충격도 제한적인 모습이다. 이날 닛케이225지수는 전일대비 1.07% 하락하며 마감했고, 달러-엔 환율도 76엔대에서 크게 움직이지 않고 있다. S & P가 미국 등급을 강등하면서는 글로벌 증시가 폭락 사태를 빚었었다.

타카하시 푸미유키 버클라시 캐피털 선임 매니저는 "일본 신용등급 강등은 `트리플A`를 지위를 잃고 난 이후부터 계속 예고돼 왔던 것"이라며 "이번 강등으로 일본의 기준금리가 크게 오를 것 같지 않으며,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적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롭 핸더슨 오스트레일리아은행(NAB)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국채 대부분을 일본 국민들이 보유하고 있어 실질적으로 국가부채로 인해 위기에 처할 가능성은 적다"고 설명했다.

다만 무디스의 신용등급 강등 결정은 일본 새 총리 선출을 닷새 앞두고 발표됨에 따라 금융시장보다는 오히려 일본 정치권에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총리 후보자들 사이에선 재정적자와 정부부채 해결 이슈가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사쿠라이 유키 후쿠루 캐피털 매니지먼트 회장은 "신용등급 강등이 오는 29일 열리는 민주당 당 대표 선거 이후에 나올 줄 알았으나 총리 후보자들 대부분 재정 개혁을 반대하는 인물이 없어 무디스가 선거 이전에 등급 강등을 발표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데일리 임일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