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달 초 히로시마에 출장갈 일이 생겼다. 처음에는 신칸센으로 가려고 했으나 장소가 히로시마이기도 하고 일정상 당일날 내려가면 회의에 시간을 맞출 수 없을 것 같아 넉넉하게 하루를 늘려서 다녀왔다. 이때 이용한 것이 야간고속버스.
일본을 거미줄처럼 빠르게 이어주는 것이 신칸센이지만, 일본 국내를 이동하는데 모든 사람이 신칸센을 이용하는 것은 아니다. 비행기, 신칸센 이외에 요금이 저렴하면서 밤새 일본의 도시와 도시를 이어주는 것이 바로 야간고속버스. 정식 명칙은 야행버스(夜行バス)다.
나는 2000년 초에 교토에서 도쿄로 올 때 이 버스를 이용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어학교에 다니다 보니 이렇다할 정보도 없고, 인터넷 발달도 지금처럼 되어 있지 않았던 때라 그냥 버스정류장 앞에서 표를 예매했었다.
10년이 지난 이번에 다시 야행버스를 이용해보니 그때와 몇가지 차이점이 있었다.
일단, 간편하게 인터넷 예매가 가능하다는 점.
몇군데 싸게 예매가 가능한 사이트를 고르다가 가장 보기 편하고 적당하다고 생각한 곳이 바로 버스탄(htttp://bustan.jp) 이라는 사이트다. 이 사이트는 출발지와 목적지를 찾기도 편하고 실제 자기가 타고 갈 버스가 어떤 것인지 또 어떤 서비스를 제공해주는지를 사이트만 살펴봐도 잘 알 수 있다.
- 간단 지역 검색
일본 야행버스 예약하는데 특징 중 한가지는 아무래도 밤에 이동하기 때문이라 그런지 바로 '여성안심'이라는 항목이다. 이것은 여성이 예약한 자리는 반드시 여성으로 맞춰준다는, 즉 남성이 옆자리에 앉지 않도록 배치함으로써 심야에 좌석에서 편하게 잠들 수 있게 한다는 것.
버스 타입- 빨간 색으로 여성안심 이라고 적혀 있다.
야행버스는 총 네가지 타입으로 있는데 1. 한 열당 3개의 좌석으로 독립적인 것. 2 4열이지만 앞좌석과의 공간이 넓어서 발을 길게 뻗을 수 있는 것 3. 그냥 4열 좌석으로 장시간 이동하기에 힘든 것, 4. 화장실이 딸린 것으로 나눌 수 있다.
여러가지를 살펴보다가 4열이긴 하나 무선 인터넷이 가능하며, 아이폰 등의 휴대용 기기 전원 공급을 위한 콘센트가 달려있는 버스를 선택했다.
- 이걸로 전원 오케이
가격은 편도, 신칸센(도쿄-히로시마/1만7천엔-할인티켓가격)의 절반 이하인 6천5백엔.
또한 이 버스는 다음 네가지를 무료로 제공해주고 있었다.
1. 눈 가리개
2. 1회용 슬리퍼
3. 목에 대고 잠들 수 있는 에어백(베개)
4. 크고 넓은 모포(이건 반납)
-실제 받은 것. 에어베개. 슬리퍼, 눈 가리개 / 모포는 빌린 것이므로 반납;
에어베개는 다들 바람을 불어서 목에 두르고 잠. 버스가 히로시마에 도착할 때쯤 바람 빼는소리로...버스안이;;
버스를 직접 타 보니, 일요일에 출발하는 것이어서 그런지 버스에 탄 사람들이 절반 밖에 되지 않아 다들 옆자리는 비워둔채 편하게 히로시마까지 갈 수 있었다.
이 버스의 특이한 점은 10시에 도쿄역을 출발해서 2시, 6시에 휴게소에 정차했는데, 정차하게 되면 특별히 휴게시간이라고 안내방송을 하지 않고 커텐만 열어줌으로써 잠든 손님들을 깨우지 않도록 배려를 해주고 있었다. 단, 화장실을 자주 가야하는 사람들은 알아서 눈치껏 차 엔진소리에 반응하며 일어나야 한다.
-운전석 쪽에 커튼에 쳐지 있다.
나는 버스를 타고 옆자리에 다른 사람도 없겠다, 새벽 2시까지 트위터와 블로그, 카페 등 인터넷을 즐기며 도쿄에서 히로시마로 이동했다.
버스를 타고 느꼈던 점. 첫번째 10시 이후 소등이 된 후에도 게임을 하거나 노트북으로 일을 하는 사람이 몇명 있었지만, 창가쪽에 딸려있는 보조조명을 절대로 켜지 않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것 역시 주위에 피해를 끼치기 싫어하는 일본사람들 스타일이 나타난다. 자기가 불편하지 말지라는 생각에 보조조명을 켜놓고 좀 더 밝게 모니터를 보겠다는 사람은 없었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나도 심야 1시 이후에는 보조조명을 끌 수 밖에 없었다.
두번째는 앞좌석에 앉은 여성이 나에게 '의자를 젖혀도 되느냐'고 물어본 뒤 의자를 뒤로 젖혔다는 점이다. 심야고속버스이고 앞좌석과의 간격도 넓기 때문에 특별히 뒷사람에게 물어보지 않고 젖혀도 됨에도 불구하고 일단 상대에게 양해를 구하고 젖히는 것이다. 게다가 젖히는 것도 그렇게 깊숙하게 하지 않으면서 말이다. 다른 일본인 트위터 친구도 이 이야기를 하니까 자기도 늘 버스에서 의자를 젖힐 때는 뒷사람에게 물어본다고 한다. 버스 내 좌석간격이 좁다면 양해를 구해야겠지만 충분히 넓은 시트임에도 상대에게 한 번 더 양해를 구하는 것을 보면서 역시 일본사람답다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 버스를 타고 신주쿠에서 밤 9시에 출발, 12시간이 지난 다음날 아침 9시 난 히로시마에 닿을 수 있었다.
월요일을 맞은 히로시마의 아침은 일본의 여느 도시와 다름없이 분주했고, 바쁜 일상이 시작되고 있었다. (히로시마 기행기 2로 이어짐)
- 히로시마에 도착한 야행버스들
(출처:당그니의일본표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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