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이야기

日 노숙자 “ 일본 경제가 반드시 해결 해야 할 문제가 있다 ”

가자 세계로 2010. 10. 25. 11:12

일본이 가진 고질적인 사회문제 중의 하나는 바로 노숙자 문제이다. 세계적인 경제대국 일본 역시 이 노숙자 문제만큼은 피해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처음으로 일본 여행을 다녀온 많은 사람들이 인상 깊었던 장면 중의 하나도 길거리에 널브러져 있는 노숙자들이다. 잘사는 나라라는 이미지가 강한 만큼, 노숙자의 모습들이 오히려 더 강렬하게 다가오는 것이다.

 

 현재 일본 정부는 도쿄내 노숙자들의 숫자를 3천명이라는 통계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민간에서는 이것의 두배 정도가 되지 않겠냐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일본에서 빈곤층의 숫자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공식적인 통계에 따르면 일본 인구의 6분의 1 2천만명이 매우 빈곤한 생활을 하고 있으며 실업자의 77% 가량이 실업수당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인니뽄 매거진>은 실제 일본 노숙자들이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아가고, 어떤 생활을 하고 있는지가 궁금했다. 취재진은 신주쿠 거리에서 만난 한 노숙자와 직접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인터뷰 전에 무엇보다 궁금한 것은 일본인들중 노숙자도 친절할까?라는 점이다. 인터뷰를 시도해본 결과 역시 일본은 노숙자도 친절했다는 점이 놀라웠다.

 

(사진 설명) 2시간에 걸친 인터뷰는 사케를 마시면서 진행됐다. 사진 한장 찍겠다는 말에 사문 자세를 고쳐 앉은 일본의 노숙자

 

-. 괜찮다면 잠시 이야기 좀 나눌 수 있겠는가. <인니뽄 매거진>이라고 하는 일본정보 사이트의 취재기자이다. <인니뽄 매거진>은 각종 일본 정보를 한국인들에게 한국어로 서비스하고 있다.  

, 그런가. 나에게 들을 말이 있을지 모르겠다시간은 많다. 뭐가 궁금한가.  

 

-. 노숙자 생활은 오늘로 얼마나 되었는가?

▲ 22? 23? 뭐 그정도 된 거 같다.

 

-. 상당히 오래된 것 같다. 어떤 계기로 노숙 생활을 하게 됐는가?

▲ 1970년 경 고향인 토치기현에서 집단취직이라는 명목으로 주위의 고향 친구들과 함께 도쿄에 올라왔다. 그래도 한때는 샐러리맨 생활을 하기도 했다. 직장을 잃고는 계속해서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왔다. 부모님도 모두 돌아가셨고, 누나가 한명, 이복 남동생이 한명 있지만 모두 연락은 오래 전에 끊긴 상태다.

 

-. 올해 나이는 어떻게 되는가?

▲ 58세다. 사실 노숙생활을 하다보면 나이도 별 의미가 없는 거 같다. … 혹시 담배 하나 있나?

 

취재진이 담배 하나를 건네주고 불을 붙여주자, 이번에는 대뜸 노숙자가 취재진에게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사실 한국도 마찬가지지만 일본에서도 노숙자들에게 말을 거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그는 자신에게 인터뷰를 요청한 취재기자를 오히려 신기한 듯 바라보기도 했고, 자신이 인터뷰의 대상이 된다는 것도 어느 정도는 흥미로워 하고 있는 듯 했다.

 

(노숙자) 그런데 <인니뽄 매거진>은 뭐하는 곳인가?

(취재기자) , 일본에 관심이 있는 한국인들을 위한 인터넷 사이트이다. 여행, 쇼핑, 유학, 문화 등 전반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다.

 

(노숙자) 인터넷에 대해서는 전혀 모른다. 나도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했지만

 

다시 취재기자의 질문이 이어졌다.

 

- 노상 생활은 이쪽(신주쿠지역)에서 했나? 만약 여러 장소에서 해봤다면 나름대로 편한 곳도 있다고 생각되는데, ‘괜찮은 노상 생활 조건에는 어떤 것이 있는가?

 

주된 거점은 우에노와 아사쿠사 지역, 그리고 신주쿠식으로 이동하고 있다. 최근 일거리는 전혀 없다. 자민당으로부터 민주당으로 바뀌었는데 내년부터는 달라질까? 이대로라면 자살할 밖에 없다. 옛날에는 편의점 유통기한 지난 음식을 받을 있었는데, 이제는 그런 제도도 없어져 버렸다…. 괜찮은 노상생활의 조건? 그건 당연히 음식이랑 주변에 있는 노숙자들의 숫자이다. 노숙자가 너무 많으면 일거리도, 먹을 거리도 떨어지기에따라서 이런 사정에 따라 이동을 하는 사람이 많다.

 

-. 식사는 하루에 몇 끼 정도를 하는가? 비용이 있어야 식사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디서 충당을 하고 있는가?

식사는 불규칙적이다. 가장 길게는 한달 반정도 물만 먹으면서 생활한 적도 있다. 지금도 5일간 거의 물만으로 생활하고 있다. 버린 술 등을 마시기도 하고, 공원에서 물을 조달해 마시면서 허기를 달랜다. 무료급식은 우에노에 지역의 경우, 아침에 시청 직원이 삼각김밥을 2개씩 나누어 준다. 보통 새벽 5시부터 줄을 서는데, 금요일의 경우에는 거의 천명이상이 모여든다. 도쿄에 있는 노숙자들이 모이는 날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식비를 위한 일거리는 역근처나 직업안정소에서 수배자라는 사람들을 통해 일거리를 받기도 한다. 임금은 하루에 7,000엔에서 9,000엔 사이지만, 식대를 제외하면 손에 들어오는 금액은 5,000엔 정도다. 노동시간은 아침 8시부터, 저녁 5시까지다. 그 시간을 어기면 노동기준법에 어긋나기 때문에 회사가 망할 것이다.

 

-. 노상 생활 중 가장 힘들고 고된 부분은 어떤 부분인가

날씨가 안좋을 때, 비가 내리거나 추울 때가 가장 힘들다. 여름에는 옷을 벗으면 되지만, 겨울에는 입을 옷도 없으며, 살 돈도 없다. 비오는 날은 갈 곳이 별로 없는데, 겨울철에 비가 내리면 정말 죽고 싶은 정도로 힘들다.


(
사진 설명) 일본의 노숙자들은 꽤 짐이 많은 편인 것 같다. 심한 경우에는 리어커를 가지고 다니는 노숙자도 찾아 볼 수 있다.

-. 노상 생활을 해보면서 나름대로 자신만이 가지게 되는 생각들이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예를 들어 사람들이 왜 그렇게 바쁘게 사는지, 혹은 자신의 여유로운 생활에 만족하는지, 이런 생각들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도쿄 도지사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한다. 우리들이 힘들어서 노숙자 생활을 하고 있는데도, 왜 외국인들에게 원조를 하는지 모르겠다. 정치가 왜 이런 식인지 도대체 이해가 가지 않는다.

 

-. 최근 일본경제와 일본인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나?

나도 일본인이며, 일반사람이다. 주위가 힘들면 나도 힘들다. 노인들(65-70)은 보통 직장에서는 일할 수 없기에 나라에서 도움을 많이 주는 편이지만, 60세 이전의 노인들은 일거리도 별로 없고 나라에서도 전혀 도움을 주지 않는다. 일본경제에 대해서는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이 부분만큼은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일본의 정치가는 제대로 정치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이번 선거를 통해 자민당에서 민주당으로 정권교체가 이루어졌다. 또한 젊은 의원들도 많이 당선 되었다. 그 사람들에게 기대가 크다. 늙은 정치가들은 많은 변화를 싫어하기에 기대하지도 않는다. 그들 나름대로의 정치만 하고 있다고 생각이 될 뿐이다.

 

-. 그래도 생활을 하면서 재미있는 일도 있지 않는가?

무료 야외 음악 이벤트나 불꽃놀이 등은 우리들의 즐거움이다. 여름에 아사쿠사에서 보는 불꽃놀이는 노상생활의 최고 사치라고 생각된다.


-. 실제 노상생활을 하는 것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혹시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노상생활의 노하우나 스킬은 있는지 알고 싶다.

맞다. 그렇게 간단한 일은 결코 아니다. 돈을 벌기 위해 저녁에는 빈 캔과 박스를 수집해야 하는데, 그것도 예전과 틀리게 벌어들일 수 있는 돈이 적어졌다. 예전에는 빈 캔 1kg에 백엔 이상은 받았는데, 지금은 70엔 정도 밖에는 주지 않는다. 자는 장소는 지붕이 있는 주차장이나 역 지하인데, 최근에는 JR 역무원들이 엄격히 단속을 해 역 안쪽으로 들어가는 것도 힘들다.  


(
사진 설명) 뉴욕에 이어 세계에서 가장 화려한 도시로 취급 받는 도쿄의 골목에도 노숙자는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 외국인들 중에 일본은 청결하고 친절한 나라라는 이미지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은데, 본인이 생각하기에는 어떤가?

내 자신도 일본 사람으로 친절함은 항상 살아 오면서 습관처럼 몸에 붙어 있는 것 같다. 짐을 들어주거나, 길을 가르쳐 주는 등. 다만 내가 도와주면 상대방이 의심을 해서 그런지 욕설을 퍼 붙고 심지어는 나에게 폭력을 휘두른 적도 있다. 결국 경찰서까지 가게 되었는데,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은 기억 중 하나이다.

 

-. 일본을 찾아 오는 한국 관광객에게 한마디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어떤 내용이라도 괜찮으니 한마디 해주길 바란다.

대화만 가능하다면 친절하게 한국 관광객을 대하고 싶다. 길이나 식당의 위치를 가르쳐 주거나, 목적지까지 데려다 준 적도 있다. 주의할 점은 늦은 저녁 시간대에 네온사인이 화려한 곳은 피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만약 가더라도 의심이 가는 술집 등은 꼭 피해야 한다. 나도 여러 번 경험이 있지만, 5000엔으로 먹고 마실 수 있다는 술집에 들어 갔는데 나중에 계산서는 만엔이 청구 되었다. 약간의 항의를 하자 가게 뒷편에서 야쿠자가 나와서 겁을 주었다. 일본사람한테도 그런식의 장사를 하는 곳이 있으니, 관광객은 특히 더 주의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 취재 노트 >

그는 정치 탓을 많이 했다. 현재 자신의 삶이 자신의 노력 부족이라기 보다는 정치가 자신을 이렇게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자주하곤 했다. 질문에 대해서도 정확한 대답을 받기는 힘들었다. 다시 물어보는 것도 무척 싫어해서 계속 같은 질문을 할 수도 없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왜 자신이 꼭 일을 해야만 하는지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는 듯 했다.

다만, 친절한 노숙자가 많고, 자신도 친절하고 싶다는 등의 답변은 사실 조금 놀라웠다. 2시간에 걸쳐 같이 청주(사케)를 한잔 하면서 나눈 대화였는데, 나름 일본인 노숙자에 대한 궁금증은 모두 해결 될 수 있었다.

 

 

 

                                                                                                                  (출처:인니뽄매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