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이야기

일본의 국민적 도박, 빠칭코 철저분석

가자 세계로 2010. 7. 18. 10:38

 


길거리를 현란하게 비추는 네온사인. 화려한 빠칭코 건물은 시내 뿐만 아니라 중심부에서 한참을 떨어진 작은 동네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시끄러운 음악 소리와 의자 뒤로 쌓인 쇠구슬 상자, 화면만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나라의 성인오락실처럼 그다지 좋지 않은 이미지가 떠오르는게 사실이다.

하지만 언젠가 빠칭코에 갔을 때 자기야, 우리 돈 따면 맛있는 거 사먹으러가자라고 말하는 커플들의 말을 엿듣고는 이러한 편견은 여지없이 깨지고 말았다. 빠칭코는 회사가 끝나고 온 회사원부터 시장보고 집에 가는 길에 들른 아줌마, 아침부터 출근한 할머니, 데이트를 즐기는 젊은 커플들까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즐기는 일본의  국민적 오락인 것이다.

일본에서 발간된  『레져백서2008(レジャ白書2008)』에 의하면 빠칭코의 시장 규모는 22 9800억엔에 이르며 습관적으로 빠칭코를 즐기는 인구은 약 1,450만명 정도라고 한다. 최근에는 시장 규모가 줄어드는 추세이긴 하지만 여전히 빠칭코 산업은 자동차 산업에 맞먹을 정도로 거대한 시장을 이루고 있다. 이번 인니뽄 심층분석에서는 많은 일본인에게 지속적으로 사랑받고 있는 빠칭코에 대해 집중취재했다.

게임을 즐기고 있는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

l  빠칭코란 말은 어디서 온 것일까?

 쇠구슬이 못 사이로 떨어질 때 내는 소리인 빠칭과 공이 대굴대굴 굴러가는 모양을 나타내는 코로코로란 단어를 합쳐 빠칭코로라고 부르다가 어느새 빠칭코란 이름으로 정착되었다고 한다. 초기에 칸사이(関西)지방에서는 빠칭코’,  칸토(関東)지방에서는 가창코라 불렀으나 후에 하나로 통일 되었다. 

 

l  빠칭코의 역사 빠칭코의 원조는 유럽?

빠칭코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나라는 일본이지만 사실은 유럽에서 먼저 시작되었다고 한다. 북유럽에서 월머신이라는 게임기가 처음 만들어져 여러 나라를 거쳐 1925년 일본 오사카지방에 유입된 후 개조를 거듭하여 지금의 빠칭코가 만들어 진 것이라고 한다.

오사카와 도쿄를 중심으로 빠칭코는 큰 인기를 끌어 급속도로 퍼져 나갔지만 제 2차 세계 대전 시 불필요한 산업으로 분류되어 전면 금지 되었다. 그리고 1948년 풍속법 제정 시 다시 영업을 허가 받아 부활하게 되었다. 그 이후 50년대와 60년대에 두 번의 황금기를 거치면서 지금처럼 거대한 규모의 산업으로 성장하게 된 것이다.   

 

l  실제로 빠칭코에 가보자!  

대부분의 가게에서는 500엔을 넣으면 125개의 구슬이 나온다. 풍속법 시행 규칙에 의해 개당 4엔 이하로 가격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구슬 하나에 1엔인 ‘1엔 빠칭코등도 등장하고 있다. 그럼 우선 게임 방법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1.    게임 방법
게임 방법은 의외로 단순한 편인데, 우선 비워 있는 자리에 앉아, 지페, 혹은 빠칭코 카드(가게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음)를 넣고, 기계에 부착되어 있는 작은 버튼을 누르면 500엔에서 1000엔분의 구슬이 나온다.

그럼 오른쪽 하단에 있는 작은 손잡이를 시계방향으로 돌리면서, 보통 숫자가 3개가 같은 모양으로 맞추어 지길 기다리는 방식으로 게임을 하는 것이다. 대게 홀수의 숫자 3개가 정렬된 경우에는 한번 더 보너스(오오아타리)를 주는 방식으로 구슬을 늘려가는 것이 기본적인 빠칭코 룰이라고 볼 수 있겠다.

2.    경품 교환하기
게임에서 이겼을 경우 받게 되는 쇠구슬은 경품으로 교환할 수 있다. 게임이 끝난 후 점원에게 말하면 가게 내에 설치된 구슬을 세는 기계로 구슬 수를 세어 적어준다. 이를 데스크에 가져가면 구슬 수가 적은 경우엔 담배, 음료수, 과자, 주방 세제 등 다양한 경품으로 바꾸어 주고 수가 많을 경우에는 보통 금줄이 들어있는 플라스틱 카드로 교환해 준다.

가게 내에서 현금으로 교환해 주는 것은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카드는 빠칭코 근처에 있는 교환소에서 현금으로 교환할 수 있다.

이곳이 바로 현금 교환소이다. 받은 카드를 주면 바로 현금으로 교환해 준다. 빠칭코 근처에는 반드시 있으니 이 간판을 기억해 두도록 하자. 

 

3.    빠칭코에서 매너 지키기

어딜 가도 마찬가지이지만 빠칭코 역시 매너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그럼 빠칭코의 기본 매너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a.     담배

요즘은 금연석이 있는 가게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빠칭코는 공기청정기를 틀어 놓아도 소용이 없을 정도로 담배연기로 자욱하다. 담배를 피우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옆 사람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조심하자.

b.    다리 꼬고 앉기

게임을 할 때 다리를 꼬고 앉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는 옆자리가 비어있을 때는 상관이 없으나 좌우에 다른 손님이 앉아 있을 경우는 매너 위반에 속한다. 기계가 다닥다닥 붙어있어 비좁기 때문이다.

c.     짐 놓기

옆자리가 비어 있을 경우 좌석에 짐을 놓고 게임을 즐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 봤을 때는 자리가 차있다고 생각 할 수 있으니 되도록이면 밑에 내려놓도록 하자.

d.    오오아타리 상태가 되었을 때

오오아타리(大当たり) 상태가 되면 수백개의 구슬이 떨어진다.

본인은 괜찮겠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귀가 아플 정도로 시끄럽게 들린다.

되도록이면 손을 쿠션으로 사용해 떨어지는 소리가 크게 들리지 않도록 하자.

 

l  기계 종류 빠칭코까지 불어 닥친 한류 바람

빠칭코 신종기기 정보 사이트 “777@nifty”의 인기 랭킹(2010/3/21~27)을 살펴보면, 1위는「꽃의 켄지~사랑(慶次), 2위는「일기당천(一騎 Survival Soldier), 3위는「에이스를 노려라!(トップをねらえ!),4위는「벚꽃대전2(サクラ2), 5위는「루팡3, 토쿠가와의 보물을 쫓아라(ルパン三世 徳川)」가 각각 차지했다.

순위를 살펴보면 인기 빠칭코는 대부분 애니메이션에 원작으로 두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애니메이션이 남녀노소에게 사랑 받고 있으며 탄탄한 스토리가 짜여져 있어 게임에 흥미를 더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 외에도 인기가 많은 연예인이나 드라마 등 실로 다양한 장르의 신종기계가 앞다투어 출시되고 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빠칭코에 불어 닥친 한류 바람이다. 드라마의 성공에 힘입은  겨울연가는 그 기세를 몰아 지난 2007년 빠칭코 기계로 출시되었다. 결국 큰 인기를 끌어 다음해 겨울연가 2’로 출시되기도 했다. 이에 질세라 겨울연가를 출시한 쿄라쿠(KYORAKU)사의 경쟁 회사인 산쿄(SANKYO)에서는 봄의 왈츠를 출시하였다.

일정 층이 아닌 다양한 세대가 함께 즐기는 문화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 아닌가 싶다. 

 

4.    빠칭코와 재일 한국인 마루한

김연아 선수의 갈라 쇼를 보는데 스폰서 간판 중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마루한이라는 한국어와 영어로 쓰인 간판이다. 별로 들어본 적 없는 생소한 이름의 이 회사는 재일교포 한창우 회장이 설립한 연30조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일본 최대 규모의 빠칭코 회사이다.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일본의 빠칭코는 재일 한국인이 기반을 잡고 있는 산업이다. 일본에 있는 약 16,000개의 점포 중에 70~90%가 재일 한국인에 의해 경영되고 있다고 한다.

민간 단체 「재일한국상공회의소(在日韓国商工会議所)」에 소속되어 있는 약 만개의 업체 중 70%가 파칭코 산업과 관련되어 있다. 전쟁 직후 외국인이란 이유로 일자리를 구하기 힘들었던 재일 한국인들은 빠칭코 산업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이는 일본 사회가 발전함에 따라 비약적으로 발전하게 되었고 동포들이 일본사회에 자리를 잡을 수 있는 경제적인 밑거름이 되었다. 산업이 발전함에 따라 일본 사람들도 하나 둘씩 빠칭코 산업에 뛰어 들었지만 여전히 기계 생산과 유통, 수리 등에 한정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끝으로..

처음 일본 여행을 했을 때 빠칭고가 유난히 궁금하긴 했다. 하지만 화려한 간판과 쌓여있는 쇠구슬 통, 그리고 좋지 않은 오락이라는 편견 때문에 에 지레 겁을 먹어 슬쩍 들여다 보기만 하고 돌아온 적도 있다. 알고 보면 일본에서는 지극히 대중적인 오락문화 중의 하나인데 말이다.

만약 독자 중에 일본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꼭 빠칭코에 가보길 권하고 싶다. 그곳에서 살아있는 일본인들의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돈을 따는 것을 목적으로 해서는 절대 안될 것이다. 잘못하면 여행 경비를 날리게 될 수도 있으니 여유가 되는 한도 내에서 일본의 오락문화를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출처:인니뽄매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