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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속 유럽, '하우스텐보스' 문 닫나?

가자 세계로 2009. 12. 21. 17:06

일본 속 유럽, '하우스텐보스' 문 닫나?
일본 속 네덜란드 체험할 수 있는 나가사키 관광명소, 표류중
 
김현근 기자
한국에서도 일본을 다녀올 때 한 번쯤 들러볼 만한 곳으로 소개되는 곳이 일본 속 유럽을 체험할 수 있는 '하우스텐보스'. 

하우스텐보스는 1992년 나가사키현 사세보시에 네덜란드 거리를 재현한 곳으로, 애초 나가사키 자동차와 일본흥업은행(전 미즈호은행), 나가사키현 등이 출자해 만들었다. 처음에는 '나가사키 네덜란드 마을'이라는 이름으로 운영하다가 93년 '하우스텐보스'로 개명했다.

'하우스텐보스'란 네덜란드어로  '숲의 집'이라는 뜻으로 네덜란드 베아트릭스 여왕이 하우스텐보스 궁전을 재건한 것을 본떠 붙여진 이름이다. 현재는 네덜란드뿐 아니라 유럽 전체를 테마로 하고 있다.

규모로는 일본 최대의 테마파크인 하우스텐보스.
그러나 하우스텐보스는 현재 경영 재건의 길을 못 찾고 문을 닫을 지 모르는 위기에 처해있다.

▲ 하우스텐보스    

하우스텐보스는 1996년 425만명을 기록한 뒤 2001년에는 355만명까지 방문객이 감소하면서 초기들인 비용 2,289억엔을 갚지 못하고 파산위기에 몰렸다.
 
결국 2003년에 회사갱생법 적용을 신청했고 노무라 프린스 파이낸스가 모회사가 됐으다. 개업이래, 09년 3월기까지 여전히 17기 연속 영업적자. 2015년 3월말까지 약 200억엔의 갱생채권을 갚는다는 재생계획에 돌입했으며 12월 현재 60억엔 조금 넘는 채권이 남아있다는 상태다.

그런데 운영주체인 노무라 홀딩스가 경영에서 손을 떼기로 방향을 잡고 검토에 들어가면서 인수처 후보로 여러 후보를 물색하고 있으나 마땅한 곳이 나타나지 않아 표류 상태에 접어들었다.

얼마 전까지 고베 호텔 회사나 규슈경제계가 부상했으나, 망설이는 상태다. 이에 새로운 후보로 대형 여행회사인 HIS가 등장했지만, 지원에 나설지 여부가 아직 불투명한 상태다.

"(지원의 가부는) 신중하게 조사해서, 새해가 돼야 결정이 내려질 것"

 HIS 히라바야시 아키라 사장은 12월 16일, 2009년 10월기 결산발표 석상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12월 17일자)이 전했다.
 
현시점에서 HIS가 하우스텐보스 재건을 위한 유일한 지원 후보로 물망에 오르고 있으나, 그동안 하우스텐보스 지원을 둘러싸고 우여곡절도 많았다.

"엔고와 신종플루로 손님이 격감하면서 위기적 상황이다".

노무라 홀딩스 자회사인 노무라 프린시플 파이낸스(PF)의 나가마쓰 쇼이치 사장은 7월, 8월 규슈전력, 세이부 가스 등 지역 7개사의 수뇌진에게 어려운 상황을 호소했고, 9월에 경영양도처에 호텔 매니지먼트 인터내셔널(고베시)이 부상했으나 조건이 맞지 않았다고 닛케이 신문은 전했다.

하우스텐보스 문을 닫는다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상정하고 있는 도모나가 노리오 사세보 시장은 10월 중순, 규슈 경제연합회의 회장인 마쓰오 싱고 규슈 전력 회장에게 지원을 요청했다고 한다. 지역 기업이 운영주체가 되는 새로운 회사를 만드는 구상도 부상했으나, "운영 노하우가 없어서 무리다"(지역 관계자)라는 판단으로 좌절됐다.

결국, 사세보시가 보증을 서서 도움을 요청한 곳이 HIS.

HIS는 저렴한 항공권 및 싼 가격의 해외여행패키지를 중심으로 JIB와 맞먹는 일본 최대의 여행사로 유일하게 서울에도 지점을 두고 있다. HIS가 낙점된 이유는 그동안 구축해온 아시아와의 파이프와 관광 노하우를 가졌기 때문이다.

하우스텐보스는 일본인 관광객만으로는 운영이 어려운 형편으로 한국, 중국, 대만 등 동아시아 관광객들이 꾸준히 찾아주지 않는 한 재생의 길을 찾기가 어렵다. 이점도 HIS로 지원요청을 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하우스텐보스 재건의 길을 멀어 보인다. 

▲ 하우스텐보스    
우선 하우스텐보스는 노후화가 진행돼, 수리비만으로도 수십억엔이 드는 형편.
 
사와다 하우스텐보스 회장은 최근, 기자단에게 "지원 회사를 찾으면 찾을수록 재건이 어렵다고 느낀다"고 토로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설령 운영주체가 된다고 해도 대규모 투자가 불가피해, 투자금액의 회수가 오래걸리면 주주로부터 비판도 피할 수 없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현 운영주체인 노무라 프린시플 파이낸스는 지역 중심으로 진행된 지원주체의 선정에 냉정한 관망 자세를 보이고 있다고 닛케이신문이 전했다. 특히 하우스텐보스의 2번에 걸친 총액 250억엔의 자금을 투자한 만큼 '3번째의 지원은 없다"라는 것이 노무라 간부의 기본 입장이다.
 
무엇보다 엔고와 신종플루로 아시아에서 유입되는 관광객이 급감한데다, 저출산으로 지역에서는 도산하는 테마파크가 속출하는 것도 문제다.
 
2000년 이후 미야자키시의 '시가이아'나 '레오마월드'(가가와현)가 도산했고, 아울렛몰 등 관광형 상업시설도 탄생하면서, 특히 지방 테마파크의 인기저하가 심각한 상황이다. 일본 전국에 난립해있는 테마파크 중 도쿄디즈니랜드 리조트 등 일부 유원지를 제외하고는 모두 고전중이다.
 
일본 젋은들, 별다른 매력 못 느껴

히로시마 출신 20대 오야마씨(남)는 JPNews 취재에 "하우스텐보스는 별로 재미 없어서, 망해도 어쩔 수 없는 곳"이라며, "부모님과 유치원 때 놀러 간 적이 있지만 재미있는 놀이기구를 탈 수 있는 게 아니고,  유럽을 재현했다고 하지만 규모도 그리 크지 않아 특별한 매력을 못 느낀다"라고 답했다. 그는 차라리 규슈 쪽으로 놀러 간다면 후쿠오카에 있는 스페이스 월드에 가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하우스텐보스가 있는 나가사키 출신인 오노(22,여) 씨도 "10년 전에 가본 뒤 안갔다. 없어져도 별로 신경 안 쓴다.""별로 인상적인 게 없어서,일본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없다."고 답했다.
   
도쿄 디즈니랜드가 한번 방문하면 그 후로도 지속적인 방문을 유도할 만큼 다양한 재방문객을 양산하고 있는 것과 달리, 하우스텐보스는 또다시 찾을 만큼의 매력이 없는 것도 관광객 감소의 치명적인 요인으로 보인다.

비싼 비행기삯을 들이면서 유럽을 가지 않고도 가까운 일본에서 서양을 맛볼 수 있는 테마파크 '하우스 텐보스'는 누적되는 적자와 불투명한 전망 속에서 언제 일본여행책자에서 사라질지 모르는 상황에 처해있다.

 

 

 

 

 

 

 

 

 

 

 

(출처:제이피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