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일본 뉴스사이트 '마코토'에서 35세-45세까지 초등학생 자녀를 가진 부모를 대상으로 '당신의 꿈이나 인생에 영향을 준 것은?'이란 양케이트 조사(10월 16일부터 10월 19일까지)를 했습니다.
이 세대에 딱 저도 막내로 끼어들어갈 수 있는 세대인데요.
질문이 '당신의 꿈이나 인생에 가장 영향을 준 것은 무엇?'이었습니다.
대답은 'TV프로그램'이 23.9%로 1위, 2위가 '애니메이션, 만화"가 (19.7%)를 차지했습니다. 그 뒤를 학교선생님(19.5), 책(18.9), 아버지(18.7), 어머니(18.0)가 뒤를 이었습니다.
2위가 애니,만화인데...그 내용을 보면 사실 제가 어렸을 때 봤던 애니도 많이 나옵니다. 당시 한국에서는 일본 대중문화가 개방되지 않은 상태라 국적불명의 애니메이션이 많이 방영되었는데 그게 다 일본 애니메이션이었거든요.
일단, 일본인 대답중 가장 인생에 영향을 끼친 애니메이션 작품 중 70년대, 남자만 놓고 보면 '기동전사 건담(39.0%), 은하철도 999(32.8%), 루팡3세(32.0%)를 들었고, 여자는 '캔디,캔디(44.6%), 알프스소녀 하이디(35.2%), 만화일본옛날이야기 (31.8%) 순이었습니다.
건담은 당시 한국에서 방영을 해주지 않아서 못봤지만, 은하철도 999는 일요일 아침마다 일어나서 메텔과 철이의 기나긴 여행을 숨죽이며 봤던 기억이 있고, 루팡3세는 나중에 미야자키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면서 보긴 했으나 그 전에 '미래소년 코난'이나 '탐정 홈즈 '같은 것은 내 또래 세대에게는 꽤 영향을 많이 미친 작품이기도 합니다. 방영시기는 80년대 초반.
조사에서 80년대 방송개시작품으로서는 '터치'가 32.0%로 톱. 남자는 '북두신권'이 34.4%, 다음이 '터치'. 그리고 '드래곤볼'이 28.28%로 뒤를 이었고, 여성은 터치가 34.0%, 닥터슬럼프 24.8%, 바람계곡의 나우시카가 24.2%를 차지했습니다.
http://bizmakoto.jp/makoto/articles/0911/16/news035.html
북두신권이나 드래곤볼은 고등학교 시절에 만화로 먼저 접했던 작품인데, 이제는 추억의 만화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런데 영원한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90년대말 일본 대중 문화가 개방되기 전에도 한국에는 미야자키 하야오 작품이나 공각기동대, 에반게리온 등 당시 일본에서 인기를 끌었던 작품은 해적판이든, 더빙판이든 한국에 들어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보는 것 자체가 하나의 놀라운 문화충격이었습니다만, 지금은 딱히 보고싶다는 애니메이션이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 올해 에반게리온 '파' 등 10년만에 부활한 작품이 인기를 끄는 것도 지난 10년간 오타쿠들이 좋아하는 애니 이외에 대중을 열광시킬만한 애니가 일본에서 나왔다고 보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일본 애니도 어떤 의미에서 갈라파고스화를 겪고 있는지 모릅니다. 오타쿠를 중심으로 미소녀나 모에 캐릭터 등으로 적당하게 이야기를 만들면 그럭저럭 수익을 올릴 수 있다보니 그 시장 중심으로 애니시장이 재편되었기 때문이죠.
그러다보니, 일반인들과 오타쿠들이 좋아하는 내용이 점점 괴리되기도 하면서 메가히트 작품이 나오기 힘든 상황까지 이르렀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몇번 글에서 다뤘지만 몇십년째 개선되지 않는 열악한 애니메이터의 처우와 인터넷 발달로 인한 볼거리의 증가도 일본 애니의 정체를 가지고 왔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애니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지는 모르겠으나, 보다 근본적인 혁신이 일어나지 않으면 만성적으로 가지고 왔던 문제 이외에 본질적으로 애니산업 자체의 파이가 줄어들지도 모릅니다. 뭐 한국에서는 애니산업 자체가 시장으로서 생성이 안된 상태니 더 말할 나위가 없겠지만요.
아무튼, 딸아이도 일요일 아침에는 프리큐어를 저녁에는 치비마루코짱과 사자에상이라는 애니메이션을 꼬박꼬박 챙겨보긴 합니다만, 나중에 커서 인생에 가장 영향을 준 작품이 될 지는 모르겠습니다.
위 예시 중 여러분들에게 영향을 미친 것이 혹시 있습니까?
오늘이 11월 마지막날이군요. 그러면 올해도 한달만 남겨두게 됩니다.
시간 참 빠르군요.
어렸을 때 봤던 작품들이 추억의 애니가 되었듯.
벌써 그런 애니를 본지 30년 가까이 시간이 흘렀다는게 믿겨지지 않을 만큼...
(출처:당그니의일본표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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