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잉 도시/일본 도쿄

홈플러스 ‘명품세일’에 낚인 소비자들 분통

가자 세계로 2010. 8. 31. 00:07

환율인상 이유로 가격 올려 "미끼상품" 논란 자초

거품 뺀 샤넬가방은 딱 3개뿐?


"샤넬 인기 핸드백 510만원짜리 380만원에 25% 세일!"

샤넬 파격 세일의 홍보 효과는 놀라웠다. 대형마트인 홈플러스와 고가 브랜드 병행수입업체인 '오르루체'가 손잡고 지난 4일 서울 홈플러스 잠실점에 명품관을 내자 손님이 대거 몰렸다. 이들은 "한달에 5000만~7000만원 매출을 생각했는데 일주일 만에 1억원 매출을 올려 모두가 놀랐다"며 "지방에서 상경한 고객 방문과 전화 문의도 쇄도했다"고 전했다. 이에 고무된 홈플러스와 오르루체는 지난 26일 경기도 일산에 2호점을 낸 데 이어, 부천 3호점은 애초 계획보다 확대 개점을 검토하는 등 한창 들떠있는 상태다.

하지만 이런 들뜸 뒷편에는 분노와 황당함을 안고 돌아선 고객도 적지 않았다. 홈플러스가 "명품의 가격 거품을 빼겠다"며 대대적으로 언론을 통해 홍보한 '샤넬 빈티지 2.55'는 알고보면 '딱 3개'에 한정된 미끼상품에 불과했던 탓이다. 실제로 대구에 사는 박아무개씨는 최근 언론 보도를 접하고 380만원에 판다는 '샤넬 빈티지 2.55' 핸드백(미디엄 사이즈)을 사러 서울로 왔다. 백화점에서 510만원 하는 이 가방은 면세점에서도 465만원(3840달러)을 줘야 살 수 있는 고가품이다.

그러나 힘들게 서울로 온 박씨는 황당한 얘기를 들어야 했다. 잠실점 명품관 직원은 "언론보도는 잘못된 것이고 380만원은 말도 안되는 가격"이라며 "지금 당장은 물건을 구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박씨는 미끼상품에 속은 데 분통을 터뜨리며 돌아서야 했다.

 


< 한겨레 > 가 확인한 결과, 홈플러스 잠실점 명품관은 개점 첫날엔 샤넬 빈티지 미디엄 규격 2개를 380만원에, 라지 규격 1개를 416만원에 내놓았다. 하지만 이들이 매진되자 곧바로 값을 416만원과 468만원으로 40만~50만원씩 올렸다. 업체 쪽은 "가격을 올려 7개를 더 팔았는데 1명 빼곤 아직 물건을 못 구해줬다"고 밝혔다. 이들은 수입 시점에 따른 환율 차이를 가격 인상 이유로 설명했지만, 실제 이에 따른 가격변동폭은 5만~9만원 정도였다. 결국 대대적으로 홍보한 '샤넬 파격세일'이 미끼상품 3개만으로 '소비자 우롱' 논란을 자초한 셈이다.



이런 촌극은 국내에서 '명품 시장'이 성장하면서 대형 유통업체들까지 너나없이 병행수입에 과욕을 부리다가 빚어진 일이다. 최근에만 대형마트 홈플러스, 중저가 백화점인 이랜드리테일의 엔씨백화점, 대기업 온라인쇼핑몰인 에이케이몰 등이 병행수입 업체와 손잡거나 직접 병행수입에 나서는 식으로 수입 고가 브랜드 판매에 뛰어들었다. 맥킨지 보고서는 우리나라 명품 시장 규모를 40억달러(5조원)로 추산하는데, 업계에서는 1조원 정도를 병행수입 매출로 보고 있다. 병행수입이란, 독점적인 수입·판매권한을 가지지 않은 수입을 말한다.


한편, 지식경제부 자료를 보면 백화점 '빅3'의 명품 매출 증가율은 2008년 28.4%, 2009년 15.7%이었고, 올해 7월에는 19.6%를 기록했다. 세계 명품 업계에서 한국 시장은 '비싸야 잘 팔린다'는 마케팅이 통용되는 곳으로 손꼽힌다. 덕분에 샤넬 등 초고가 브랜드는 몇년 새 가격을 거듭 올려 유럽 현지와 100만~200만원씩 가격 차가 생겼고, 외국에선 대중적인 브랜드들도 국내에선 무조건 고가 브랜드로 출시되는 실정이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