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여름은 습기가 많아 제대로 숨도 못쉴 만큼 폭염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올해 여름은 폭염으로 8월 3일 현재 일본전역에서 216명이나 사망했습니다. 이런 폭염 속에서 두 아이가 어미의 버림을 받고 집에 갖힌채 물도 못 먹고 굶어죽은 일이 있었습니다. 꽤 충격적인 사건인데요.
아이 엄마는 23살된 시모무라 사나에. 열아홉살에 결혼해 아이 둘을 출산한 뒤 작년 5월 이혼했습니다. 이혼 후 아이들과 함께 음식점을 전전하다가 올해 1월부터 오사카의 한 유흥업소에서 일을 하기 시작합니다. 이때부터 사나에는 본격적으로 집에 아이들을 내버려두고 일을 나가거나, 아는 호스트를 만나서 놀면서 2-3일씩 집을 비우기 시작합니다. 두 아이의 방치를 반복하면서 점점 부모로서의 보호 감각이 마비됐고, 결국 지난 6월 중순경 아이를 내버려둔채 한달동안 집을 나가버렸습니다. 아이들은 주린 배를 안고 집에서 굶어죽었고, 그녀는 도주 중 체포됐습니다.
- 아이 엄마. 7월 중순 이미 아이들이 죽었음에도 태연하게 고향친구를 만났다
예전에 본 '아무도 모른다'라는 영화 속과 내용 똑같은 현실이 벌어진 것이죠.
영화 '아무도 모른다'는 그나마 정신연령이 높은 초등학교 고학년의 장남이 있어서 어느 정도 커버가 됐습니다만, 이번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3살짜리 여자애와 1살짜리 아이였습니다.
- 영화 '아무도 모른다'
이번 사건으로 일본의 메마른 가족관계와 이웃관계가 수면위로 떠올랐습니다.
몇가지만 살펴보면, 우선 부모 자식 관계.
시모무라 사나에 용의자의 아버지(49)는 딸의 소식을 사건이 일어나고 나서 처음 알았다고 합니다. 10년만에 말이죠. 한국은 부모가 자식에게 너무 관여한다는 이야기를 듣지만, 일본은 스무살만 넘으면 부모와 자식은 때때로 무관계에 가까운 거리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아 이렇게 딸이 결혼을 했는지도 모르는 일도 생기게 된 것이죠. 시모무라 용의자의 아버지는 고등학교 교사로 만약 손자,손녀의 존재를 알았다면 충분히 조치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딸은 청소년기에 집을 나가버렸고, 음식점에서 일하면서 전 남편을 만나 스무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아이를 낳게 된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혼한 전 남편은 아이들의 뒤를 봐준다거나 양육비를 대는 등의 조치를 취한 게 없습니다.
또 다른 문제는 같은 층 주민들의 무관심. 아이들은 배가 고파 '엄마, 엄마'하고 인터폰을 통해 애타게 울부짖었습니다. 이 울부짖음은 단순히 몇 번 들리고 만 것이 아니라 밤새도록 같은 층에 생생히 들리도록 퍼졌습니다. 그러나, 주민들은 아동센터에 신고를 할 뿐 부동산에 연락해서 직접 확인할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오사카 아동센터도 3번의 신고를 받고 다섯번이나 가정방문을 했음에도 아무런 반응이 없자, 결국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돌아가버렸습니다.
일본언론의 취재에 아이들의 울부짖는 소리를 새벽 내내 들었다고 증언하는 같은층 젊은이들은 많았지만, 결국 그들도 직접 행동으로 옮기지는 못하고 남의 일이려니 무관심했던 것입니다.
- 스무살이 된지 1주일만에 대망의 딸을 출산했다며 기쁘다는 내용이 적힌 그녀의 블로그
일본정부는 앞으로 아동학대 신고를 받고 현장에 간 담당자가 안전확인이 되지 않았을 경우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가 확인이 가능하도록 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과연, 이런 조치로 앞으로 이런 사건이 일어나지 않을까요. 한국에서도 아이를 놔두고 피씨방 갔다가 사망케한 사건을 보면, 요즘은 부모가 될 자격이 별로 없는 사람들이 점점 많이 늘어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사건은 아이를 키우고 있는 저로서도 상당히 충격적이어서 부모가 된다는 것, 아이를 기른다는 것 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됩니다.
'아무도 모른다'에서 마지막에 죽은 막내아이가 담긴 슈트케이스를 들고 비행기가 이착륙하는 하네다 공항쪽으로 가던 아이들의 모습이 겹쳐집니다.
- 영화 '아무도 모른다'
(출처:당그니의일본표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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