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이야기

일본은 사시사철 소원을 비는 나라(?)

가자 세계로 2010. 8. 2. 11:12




며칠전 길을 가다가 가로수에 뭔가 지저분한 종이가 잔뜩 매달려 있는 것을 보았다.

자세히 가서 보니까. 그건 다름 아닌 견우와 직녀가 만난다는 7월 7일칠석 마츠리(축제)를 기념하여 아이들이 자기의 소원을 적어서 붙여놓은 것이다.

소원 내용을 보니, 만화가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내용이 있었다.



이것을 적은 아이가 만화가가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일본은 언제 어디서나 소원을 비는 나라다.

그 이유는 동네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는 신사.
숲과 함께 동네를 지켜주는 신사에는 자신의 소원을 적어서 매달 수 있는 에마가 있다.
에마는 나무로 된 작은 판으로 정월 새해 첫 참배객으로 붐비는 신사입장으로서는 쏠쏠한 돈벌이가 되기도 한다.


- 이것이 에마. 메이지신궁에 한국 사람이 관광차 들러서 독도는 우리땅이라고 적어둠;;
그 옆 에마에는 모든 일이 잘 될 수 있도록 기원한다고 적혀있다.


그리고 3월에는 소녀들을 위한 히나인형 마츠리가 있고, 5월 5일이 되면 어린이가 힘차게 클 수 있도록 잉어 모양을 매달아두고, 7월에는 이렇게 칠석 마츠리로 견우,직녀에게 소원을 빈다.

8월 즈음에는 오봉 마츠리라 해서 불교식으로 저 세상으로 떠나간 조상들이 돌아와서 밥을 먹는 행사를 하는 데 이때도 소원을 빈다.

가을에는 각 지역별로 지역 축제가 열리고, 겨울 수험철에는 또 수험에 영험이 있다는 신사에 가서 합격을 기원한다.

일본은 근대화를 먼저 받아들여서 성도 서양식으로 많은 것을 바꿔서 얼핏 보면 가장 서구화된 나라처럼 보이지만 막상 살다보면 의외로 많은 부분이 동양식으로 혼재되어 있다.

예를 들면 점보는 것은 어느나라 못지 않게 성황중이고, 음력 대신 양력을 따르면서도 결혼할 때는 흉인지 길인지 날짜로 놓고 반드시 따진다.

아이들이 자랄 때도 야쿠도시(厄年,액이 낀 나이)라 해서 그 해에는 반드시 신사에 가서 액땜(厄払い)을 한다. - 결국 신사에 가서 돈을 내고 관련 상징물을 사는 것이지만.

또한, 집을 봐도 밖에서 보기에는 서양식이지만 내부는 나름 자신들이 고수해온 타타미를 꼭 방 하나는 깔아서 쓰고 있다.

아무튼, 일본에 살다보면 오히려 한국 보다 더 동양적인 것이 많을 때가 있어 놀랄 때가 있다.

그래도 칠석이라고 나무에 이렇게 종이를 붙여놓으니 멋있다기 보다는 조금 지저분해...보이긴 한다;;;


- 일정 구간 모든 가로수에 이런 소원을 비는 종이가 달려있다.

 

 

 

(출처:당그니의일본표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