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일본 대형 영어회화 학원 체인이 망했습니다.
20일 파산신청에 들어간 곳은 지오스.
영어회화 업계에서는 상위를 차지하는 대형체인입니다.
3년전 NOVA 파산 이후 또 한번의 대형체인의 몰락.
3년전 쓴 NOVA 관련글 : 낙동강 오리알 된 일본의 영어강사들
이로써 몇개월분의 수강료를 미리 낸 일본 수강생들은 돈도 돌려받지 못하고 영어공부를 할 기회를 잃어버리게 됐습니다.
한국에서는 영어 유치원이다 뭐다 해서 영어산업이 날이 갈수록 활황세를 보이는데 일본은 왜 이모양일까요.
조사에 따르면 일본의 외국어 학원 수강생수는 2010년 현재 30만명을 겨우 넘기는 수준입니다. 이 수강생도 영어가 아닌 모든 외국어를 포함한 수치이니, 영어만 놓고 보면 더 줄어들겠죠. 1억 2천만 인구로서는 적은 숫자죠.
영어가 일본에서 인기가 없는 이유는 몇가지가 있는데 첫번째는 일본인들이 영어를 해야할 필요성을 그다지 못느낀다는 점입니다.
물론 완전히 필요없는 것은 아닙니다. 닛케이 비즈니스 등의 경제지에서는 영어교육 비중을 더 높여야한다는 기사를 계속 게재하고 있고, 일본 문부성에서도 초등학교 4학년부터 영어공부를 학교에서 배우도록 의무화했습니다. 또한, 일본 직장에서도 부서에 따라서 영어를 잘하면 우대 해주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인들이 일상생활에서 영어 쓸 일이 거의 없는데다가 영어 스트레스를 거의 받지 않습니다.
자녀들 교육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본에서는 영어유치원이 별로 없는데, 만약 자녀에게 어렸을 때부터 영어를 가르치고 싶다면 막대한 비용이 드는 외국인 자녀를 위한 인터내셔널 유치원을 보내거나 해야 합니다. 일반인들은 그래서 그냥 일본 유치원 보내면서 구몬 등으로 대치하고 맙니다.
또 한가지 이유는 영어공부를 하는 사람의 대부분이 취미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취미다 보니 경기가 안좋아지면 쉽게 그만두고 마는 거죠. 대다수가 영어를 배워두면 나중에 언젠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에 시작하기 때문에, 자기가 바쁘면 안해도 그만인 셈입니다.
마지막으로 일본 회사 중에는 직원들에게 어학을 가르치기보다 차라리 외국인을 고용해서 직접 쓰는 것을 선호하는 곳도 꽤 됩니다. 노무라 증권이 리먼 쇼크 이후 리먼 브러더스 일본 법인(아시아 태평양 담당)을 흡수한 (투자은행의 기술을 가져오는 것도 있지만)것도 그 한 예이기도 합니다. 이 법인을 흡수한 뒤로 리먼 출신 직원을 기존의 노무라 증권 직원보다 월급을 더 많이 준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제 개인적인 경험을 이야기하자면, 얼마전 일로 어느 부동산 업을 하는 회사를 찾아갔는데, 저와 만나서 이야기한 사람도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서양인(국적은 모름)이었습니다. 그와 저는 일본어로 업무 상 필요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만...
아무튼 일본사회 전체가 영어에 대해 그다지 큰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필요한 사람만 하라!는 게 영어회화학원이 망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일본에는 이미 여러가지 것들이 갖춰져 있어서 해외에 나갈 필요성을 별로 느끼지 못하는 게 더 큰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최근에 해외로 나가는 일본유학생도 별로 없고 말이죠.
그런데, 일본 산업이 국제경쟁력을 잃고 있는 이유가 최근 글로벌 시장에 도전하는 자세가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만. 평범하게 사는 사람까지 영어를 하는 게 좋은지 잘 판단이 안서기도 합니다.
아무튼 일본의 이런 흐름이 10년후 일본을 어디로 데려다놓을지 궁금하네요.
(출처:당그니의일본표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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